사르코지, 리비아 석유 벌써 ‘눈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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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코지

북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리비아에서 벌어진 내전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각국 석유회사들이 원유 확보를 위한 치열한 각축전을 시작했다. 내전이 벌어진 지난 6개월 동안 중단되다시피 했던 석유 생산이 곧 재개되면 시민군과의 이해관계에 따라 시장이 완전히 재편될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큰 수혜자는 시민군을 적극 지원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이다. 시민군이 운영하고 있는 리비아 석유회사 아고코(Agoco)의 압델잘릴 마유프 대변인은 22일(현지시간) “우리는 프랑스·이탈리아 등 서방 국가들과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러시아·중국·브라질과는 정치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카다피군 공습에 적극적으로 가담해 시민군의 승리를 도왔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의 에니, 프랑스의 토탈은 상당한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사들은 내전 발발 이전 하루 150만 배럴에 이르던 리비아의 원유 수출량이 15분의 1인 10만 배럴 이하로 떨어지면서 타격을 받았다. 국제적으로 유황 성분이 적은 고품질 원유(Sweet Crude)로 평가받아온 리비아산 원유는 그동안 85%가 가까운 유럽 지역에 수출됐으며 이 중 22%가 이탈리아로, 16%가 프랑스로 향했다.

 미국과 카타르도 카다피군에 대한 공습에 기여한 것을 발판 삼아 현지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그간 리비아에서 활발한 사업을 벌여왔던 75개의 중국 석유회사와 러시아의 가스프롬 네프트, 브라질의 페트로브라스는 암울한 시기를 맞게 됐다. 중국과 러시아가 카다피를 지지해왔기 때문이다.

 문제는 리비아의 석유 생산·수출의 정상화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쇼크리 가넴 전 리비아 석유장관은 “3~4개월 내 석유 생산을 일부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데이비드 웨치 JCB에너지 CEO는 “인프라에 대한 막대한 재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원유 생산량 회복에는 3~4년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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