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반시설 ‘제로’ … 광교 입주 집단거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23일 경기도 수원시 광교신도시 수자인아파트 주변의 공사 현장으로 트럭들이 지나가고 있다. 광교신도시 수자인아파트는 지난달 말 입주를 시작했지만 도로 등 주변의 기반 시설 공사는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수원=김형수 기자]

23일 오후 수원시 이의동 광교신도시 한양수자인 아파트 주변엔 도로 등 공사가 한창이었다. 수자인 아파트는 광교신도시 아파트 중에선 처음으로 지난달 말 입주를 시작했다. 20여 일이 지났지만 현재 이 아파트에는 전체 214가구 중 18가구만 입주를 했다. 나머지 가구들은 집단으로 입주를 거부하고 있다. 기반시설이 전혀 갖춰지지 않은 데다 소음이 심하고 아파트 공사에도 문제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광교신도시 최초 입주시기는 원래 다음 달 말로 계획돼 있었다. 그러나 건설사인 ㈜한양 측은 지난해 1월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올해 7월 말 입주를 하는 것으로 수원시에 분양승인 신청을 했고, 수원시는 이를 승인했다. 기반시설 공사를 맡고 있는 경기도시공사와 협의를 하지 않은 결정이었다. 이남재 경기도시공사 광교개발단장은 “건설사가 기반시설 공사를 고려하지 않고 입주를 앞당기는 바람에 문제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불가피하게 입주를 한 아파트 주민들만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최근 이사를 한 입주자는 “전세기간이 끝나 어쩔 수 없이 입주를 할 수밖에 없었다”며 “식료품을 살 수퍼마켓조차 없어 어 찌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아파트 입주에 맞춰 다음 달 1일 개교하기로 한 광교초등학교(38학급)와 광교중학교(22학급)에도 문제가 생겼다. 학생 수도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수원교육지원청이 예상한 개교 예상 인원은 초등학교 70여 명, 중학교 30여 명이다. 그러나 현재 입주자 가운데 초등학생은 4~5명, 중학생 수는 파악되지 않는다. 학생이 너무 적어 급식 등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더구나 지난달 비가 많이 내려 아파트와 학교를 잇는 통학로와 학교 시설 공사가 덜 끝났다. 초등학교 4학년과 1학년 자녀를 둔 수자인 아파트 입주자 신현구(41)씨는 “아이들을 광교초등학교에 보내야 하는데 공사 중 통학로가 위험해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는 10월 이후 다른 아파트 입주가 본격화해야 해결될 수 있다.

 하지만 입주가 늘어나도 해결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소음이다. 벌써 신도시를 관통하는 영동고속도로의 차량 소음을 우려하는 입주 예정자가 많다. 입주민 정모(45)씨는 “최근 도로와 아파트 공사장 소음에 대한 주민들의 피해 보상 요구를 법원이 인정한 사례가 적지 않다”며 “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손해배상소송을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유길용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광교신도시=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와 용인시 수지구 일대 1130만4907㎡ 부지에 건설되고 있는 신도시. 경기도와 수원시·용인시·경기도시공사가 공동 개발하고 있다. 아파트와 단독주택 등 3만1000가구가 들어선다. 올해 말까지 6349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며 2014년까지 입주를 마무리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