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리는 남남, 볼트·파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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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볼트(左), 파월(右)

미묘한 신경전이 이어졌다. 남자 100m 금메달을 다툴 우사인 볼트(25)와 아사파 파월(29·이상 자메이카)은 서로 마주치지 않으려는 듯했다. 볼트는 예민했고 파월은 여유가 있었다.

 파월은 23일 오전 8시부터 두 시간 동안 경산종합운동장에서 훈련했다. 동료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밝은 표정으로 몸을 풀었다. 그러나 볼트는 보이지 않았다. 볼트는 하루 전인 22일 같은 곳에서 세 시간 동안 훈련했다. 이날 오전엔 특별한 일정이 없는데도 훈련을 건너뛰었다.

 선수촌에 들어올 때도 둘은 따로였다. 자메이카 선수단은 이날 오후 네 대의 버스를 나눠 타고 선수촌에 도착했다. 오후 1시쯤 버스 두 대가 먼저 선수촌에 들어왔고 볼트가 버스에서 내렸다. 볼트는 몰려든 자원봉사자들과 취재진을 향해 잠깐 미소를 보이고는 선수촌 등록절차도 밟지 않은 채 바로 입구로 들어섰다. 알고 보니 볼트는 하루 전인 22일 선수촌을 방문해 등록절차를 마쳤다고 했다.

 10여 분 뒤 두 대의 버스가 또 들어왔고 파월이 나타났다. 오전 훈련을 마치고 선수촌으로 이동한 파월은 지쳐 보였지만 여유를 잃지 않았다.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응한 파월은 “누구나 챔피언이 되고 싶을 것이고 나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챔피언 자리는 단 하나다”며 금메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오후 4시가 되자 볼트가 동료 10여 명과 함께 선수촌 근처에 있는 박주영 경기장에 나타났다. 파월은 없었다. 볼트는 훈련을 마치고 경기장을 떠날 때 다리를 절뚝거려 부상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내기도 했다. 둘은 25일 대구 남구 대덕문화전당에서 열리는 자메이카 대표팀 공식 기자회견에 함께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대구=오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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