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은 식탁, 100m는 호흡에서 승부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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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은 ‘식탁’에서 승부가 갈린다. 얼마나 충실하게 식이요법을 하느냐가 레이스에 큰 영향을 미친다.

 현대 마라톤에서 식이요법은 무척 중요하다. 42.195㎞를 달리는 마라톤은 완주하는 데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근육 속에 에너지원인 글리코겐을 풍부하게 만들어둬야 체내에 저장된 에너지가 고갈되기 시작하는 30㎞ 이후 힘을 낼 수 있다. 일반적으로 경기 일주일 전 첫 3일 동안은 단백질과 물만 섭취해 근육 내 글리코겐을 완전히 빠져나가게 한다. 그 다음 3일간은 운동량을 줄이고 탄수화물을 먹어 글리코겐을 최대한 축적하는 방법을 쓴다.

 경기 1개월 전에는 정상 식사를 하면서 칼슘과 철을 보충한다.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과 야채 등을 골고루 먹고, 특히 칼슘과 철을 집중적으로 섭취한다. 우유, 유제품, 해산물이 칼슘과 철의 주요 공급원이다. 철분은 달리는 거리가 늘어감에 따라 찾아오는 빈혈 현상을 줄이기 위해 필요하다. 2∼3주 전엔 식사량을 보통의 80% 정도로 줄인다. 1∼2주 전에는 비타민C를 보충하기 위해 브로콜리·양상추·시금치·모란채·과일(오렌지·멜론·포도) 등을 식단에 추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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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주∼3일 전부터 식이요법은 본격적인 단계에 들어간다. 글리코겐을 많이 저장하기 위해 먼저 체내 글리코겐을 다 소모하고 새로 담는 ‘카보 로딩(carbo loading:탄수화물 축적하기)’을 시작한다. 그 뒤 양질의 탄수화물을 섭취해 근육 내의 에너지원 글리코겐 양을 극대화한다. 방법은 일주일 전부터 쇠고기·닭고기·돼지고기·생선에다 수분을 섭취하는 방식으로 체내 단백질을 증가시킨 다음 경기 2~3일 전에 백반·국수·빵 등 탄수화물에 채소류로 섬유질을 더하는 것이다.

 이번 대회 남자 마라톤에선 케냐의 아벨 키루이(최고기록 2시간5분4초), 빈센트 키프루토(2시간5분13초) 등이 우승을 다툴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올해 2시간9분28초를 기록한 정진혁(건국대)에게 기대를 건다.

 그렇다면 단거리는 어떨까. 단거리 선수는 마라톤 선수처럼 특별한 식단을 짜지 않는다. 특히 100m는 완전한 무산소 운동이다. 선수들은 숨을 쉬지 않고 100m를 주파한다. 산소를 들이마실 일이 거의 없어 지방이나 단백질 분해가 이뤄지지 않는다. 특정 영양소를 저장하기보다 짧은 시간에 폭발적인 힘을 낼 수 있도록 근력을 유지·강화하는 게 중요하다. 장거리 선수가 연비가 높은 ‘경차’라면 단거리 선수는 ‘탱크’다.

 단거리 선수의 식단은 체중 조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단거리 선수 대부분은 경기가 다가올수록 탄수화물 섭취를 조금씩 줄인다. 몸이 불면 순발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레이스가 다가올수록 탄수화물 섭취를 늘리는 마라톤 선수와 반대다.

 키 1m96㎝·몸무게 94㎏인 볼트는 지난 16일 대구에 온 뒤 한 끼 식사로 고작 500㎉의 열량을 섭취하고 있다고 한다. 초등학교 1, 2학년생의 한 끼 식사와 비슷한 양이다.

김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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