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 상처 빈국에 농업기술 전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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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춘천 강원대 농업생명과학대학 온실에서 김경량 교수(왼쪽에서 둘째)가 엘살바도르 국립대 교수들에게 채소 재배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민상 기자]


지난 15일 오전 강원도 춘천시 강원대 농업생명과학대학 실험실. 커다란 눈망울을 가진 엘살바도르 국립대 교수 3명이 실험대 앞에 섰다. 강원대 연구진이 벼의 유전자 분석 자료를 꺼내 보이자 이들의 눈이 더욱 커졌다. 연구진이 “유전자 분석만으로 벼의 키가 얼마나 되는지, 낟알이 얼마나 맺히는지 알 수 있다”고 설명하자 질문이 쏟아졌다.

 “우리는 이런 장비들이 아직 없어요. 건기(乾期)에도 잘 자라는 품종을 개발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발모레 마르띠네스 시에라 교수)

 엘살바도르 국립대 교수들은 강원대 학교기업인 국제농촌개발협력사업단과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20억원을 투자해 공동으로 실시하고 있는 채소재배 생산성 향상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지난달 방한했다.

이들에게 특강을 실시한 강원대 농업생명과학대학 김경량 교수는 “개발도상국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교육을 중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엘살바도르는 내전(1980~97년)을 겪으면서 10만 명이 사망하고 기반 시설이 크게 파괴돼 경제 재건이 진행되고 있다.

 김 교수가 저개발국가에 농업 기술을 전수하기 시작한 것은 2008년부터다. 베트남에 씨감자 재배기술을 전파하고 가공공장과 수경재배장도 만들었다. 김 교수는 “그간 정부원조는 수십 억원에 달하는 기계만 설치해줬다가 방치된 경우가 많다”며 “이제는 대학이 나서 ‘교육 원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춘천=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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