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섭의 프로야구 주간 전망] ‘감독’ 이만수, 두산·KIA 만나 팀 분위기 바꾸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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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이만수(53) SK 감독대행은 한국프로야구에서 손꼽히는 스타 출신이다. 원년인 1982년 개막전에서 삼성 소속으로 프로야구 1호 홈런을 기록했고 83~85년 홈런왕을 3년 연속 수상했다. 지난 6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야구인·언론·팬 투표로 선정한 ‘프로야구 30주년 레전드 올스타 베스트 10’에서 전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프로팀 ‘감독’이 됐다. 또래인 김경문(53·전 두산)·김시진(53·넥센)·조범현(51·KIA) 감독 등보다는 한참 늦었다. 지난주 김성근 전 감독의 사퇴 선언과 경질이 이어지면서 2군 감독이었던 그에게 갑작스럽게 감독대행 자리가 돌아왔다. 이 대행은 18일 첫 기자회견에서 특유의 밝은 웃음을 보여주며 “SK가 미국프로야구 뉴욕 양키스 같은 명문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말했다.

 그를 맞은 것은 김 전 감독의 퇴진을 아쉬워하는 팬들의 비난이었다. 지인들도 이 대행에게 전화를 걸어 “왜 그렇게 웃었느냐”고 질책했다. 19일 만난 이 대행은 풀이 죽어 있었다. “욕을 많이 먹어서 200살까지 살 것 같다”며 “김성근 감독님이 워낙 크신 분이라 팬들의 아픔도 클 것이다”고 했다. 20일 롯데와의 경기에서 첫승을 따낸 뒤에도 “김성근 감독님께 영광을 돌리고 싶다. 김 감독님이 하던 대로 팀을 이끌어나가겠다”며 자세를 낮췄다.

 하지만 이 대행은 김 전 감독이 만든 그림에 자신의 색깔을 조금씩 덧칠하고 있다. 매 경기 바뀌다시피 하던 SK 타선에서 이호준을 올 시즌 끝까지 4번 타순에 고정시키겠다고 했다. 또 경기 중 계속 서서 박수를 치고 선수들과 손을 마주치면서 더그아웃에 활력을 불어넣으려 노력한다. 그러면서도 투수를 한 박자 빠르게 교체하는 김 전 감독의 스타일은 고수하고 있다.

 이 대행에게는 팀 안정과 순위 싸움이라는 두 가지 과제가 주어졌다. 2위 SK는 이번 주 ‘앙숙’ 두산과 3위 KIA를 잇따라 만난다. 팀과 이 대행 모두에 위기이자 기회의 한 주다. 

신화섭 야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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