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릴·알하리리 ‘카다피 자리’노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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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잘릴(左), 알하리리(右)

6개월 넘게 이어지던 리비아 내전이 시민군의 승리 쪽으로 기울고 있다. 무아마르 카다피(Muammar Qaddafi) 최고지도자의 최후 거점인 수도 트리폴리에서도 시민군과 정부군 간 교전이 벌어지고 있다. 카다피는 20일(현지시간)에도 육성 메시지를 내보내며 건재를 과시했다. 하지만 카다피 측근들은 속속 그의 곁을 떠나고 있다.

 이처럼 전세가 시민군에 유리해짐에 따라 ‘포스트 카다피’ 시대의 리비아를 누가 이끌 것인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현재 시민군 대표기구 과도국가위원회(NTC)는 무스타파 무함마드 압델 잘릴 위원장이 이끌고 있다. 그는 지난주 카다피가 퇴진하면 8개월 내 권력 이양을 위한 선거를 치르고 새로 수립될 정부가 두 달 내 헌법 초안을 작성한다는 향후 로드맵도 발표했다.

 하지만 잘릴이 NTC를 앞으로 계속 주도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우선 NTC 내부의 분열이 우려된다. NTC에서 권력을 잡고 있는 주요 인사는 잘릴을 비롯해 국방장관 역할을 맡은 오마르 알하리리, 칼리파 헤프타르 전 리비아군 장군 등이다.

이들은 대부분 카다피 정권 출신이다. 현재는 이들이 ‘카다피 퇴진’이란 명분을 위해 하나로 묶여 있지만 서로 다른 생각과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어 향후 주도권 다툼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지난달 NTC의 유력 인사인 압둘 파타 유니스 시민군 최고사령관이 내부 세력에 의해 피살된 사건은 이런 갈등상을 여실히 드러낸다.

 여기에 리비아 내 140여 개 부족 간의 정치·경제적 갈등이 카다피 퇴진 후 증폭될 경우 지금과는 또 다른 내전이 발생할 거란 우려도 있다. 또 극단주의 성향의 이슬람 세력이 시민군 안에서 힘을 키우면서 기존 자유주의자들과 갈등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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