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껑충 … 홍대앞 떠나는 인디밴드 클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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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관 위기에 놓인 홍익대 앞 ‘살롱 바다비’에서 지난 18일 싱어송라이터 ‘존’이 공연을 하고 있다. 이곳은 신인들에게 오디션 없이 공연 기회를 주는 곳이다. [오종택 기자]


인디밴드의 산파 역할을 했던 홍익대 앞 라이브클럽 ‘살롱 바다비’가 폐관 위기다. 치솟는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서다.

 폐관 소식이 알려진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의 30여 평 남짓한 공연장은 숙연한 분위기였다. 매주 목요일은 관객 몰이가 힘든 신인들에게 무대를 개방하는 날이다. 오디션 없이 신청만 하면 돼 두 달씩 예약이 밀려 있다. 첫 공연이라는 이선율(37)씨는 “바다비는 홍익대에서 무명의 싱어송라이터가 노래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라며 아쉬워했다.

 바다비는 지난 1년 사이 월세가 100만원에서 140만원으로 올랐다. 지난 5일 공연 때는 건물주가 “밀린 월세를 갚으라”며 클럽문을 자물쇠로 잠가 놓아 관객들이 밖에서 한 시간을 기다리는 일도 있었다. 우중독보행(예명·41) 대표는 “다음 달 14일이 재계약인데 더 이상 월세를 감당하기가 힘들다”며 “ 구청에서라도 실력 있는 밴드가 공연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홍익대 앞은 최근 2~3년간 땅 3.3㎡(한 평)의 평균 가격이 4000만원을 넘어섰다. 부동산을 운영하는 신모(52)씨는 “상권이 커지면서 강남 땅값을 추월했다”며 “프랜차이즈 가게를 내고 싶다는 문의가 하루에 2건 이상 들어온다”고 했다. 지난해 이곳에 새로 들어선 프랜차이즈 커피숍은 10곳이 넘는다. 작고 개성 있는 옷가게가 즐비했던 ‘놀이터 거리’에는 대형 의류매장이 들어섰다. 나이트클럽도 늘어 일명 ‘삐끼’들의 호객 행위가 극성이다.

 이런 상황에서 예술가들은 성산동·망원동 등 외곽 지역으로 밀려나고 있다. 서울 혜화동 대학로처럼 ‘예술공동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홍익대 앞 재즈클럽 ‘문글로우’의 대표 신관웅씨는 “홍익대가 문화특구로 지정돼 있는 만큼 이를 유지·보존하려는 정부나 지자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김효은 기자
이보배 인턴기자(중앙대 신방과)
사진=오종택 기자

◆살롱(Salon) 바다비=2004년 홍익대 서울캠퍼스 앞에 문을 연 라이브클럽. 지금은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소규모 아카시아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 ‘불나방 스타쏘세지클럽’ 등이 데뷔 초에 이곳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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