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청일전쟁 터는 비무장 조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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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이춘근
한국경제연구원 외교안보연구실장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약 40년 동안 연평균 9%대의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특히 1990년대 초반부터 20여 년 동안 경제 성장률에 거의 두 배 가까운 연평균 15% 이상의 국방비 증액을 지속해 오고 있다. 냉전 당시 500만이 넘었던 병력을 200만 이하로 감축한 중국이 군사비를 이토록 증강시키고 있는 이유는 ‘작지만 매서운 군사력(Leaner but Meaner)’을 건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군사 현대화를 진행하고 있는 중국군의 핵심에는 그 힘이 일취월장하고 있는 중국 해군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은 내년 8월 1일 정식 취역하게 될 제1호 항공모함 이름을 대만을 점령해서 중국의 영토로 만든 청나라 장군의 이름을 따 스랑(施琅)이라고 지었다. 항공모함을 방어용이라고 우길 수도 없는 노릇이니 아예 공격용이라고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동북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가 중국의 항공모함 시대가 몰고올 격랑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 강구에 분주하다.

 우리나라도 중국의 해군력 증강에 대해 이미 오랫동안 고심하며 준비해왔다. 그 방안 중 하나가 제주도 남방 서귀포 강정마을에 해군 기지를 건설하는 것이다. 온갖 반대와 방해를 이겨내고 모든 합법적 절차를 다 밟아 건설의 첫삽을 뜬 것이 지난해 11월이다. 그러자 대한민국 내 종북·반미 세력들은 아예 공사장에 드러눕는 방법으로 해군기지 건설을 방해하기 시작, 공사가 몇 달째 중단되고 있는 것이 현재 상황이다. 이미 고구려를 중국 역사의 일부라 강변, 북한이 중국 영토에 속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중국은 우리의 해양 영토인 이어도마저 중국의 영토라고 우기기 시작했다. 서해가 중국의 내해(內海)라고 주장한 것은 이미 오랜 일이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 현장을 온몸으로 방해하고 있는 종북·좌파 세력들의 반대 논리는 미국 해군이 제주 해군기지를 사용할 것이며, 미·중 간 전쟁이 발발할 시 제주도는 중국 해군의 공격 표적이 될 것이라는 근거 부족한 상상력에서 나온 것이다. 이들의 상상처럼 만약 미·중 간에 전쟁이 발발한다면 이는 사실상 제3차 세계대전일 것이며 그 경우 제주도는 해군 기지가 있든 없든, 해군기지를 미국이 쓰든 말든 중국이 공격하고 점령해야 할 전략 대상이 된다. 제주도는 미국은 물론 중국에도 치명적으로 중요한 전략 요충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터무니없는 주장과 달리 제주 해군기지는 미국 해군에게 빌려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만드는 것이다. 청일전쟁, 러일전쟁의 주요 전쟁터가 중·일, 러·일 갈등에서 중립국이었으며 사실상 비무장 상태였던 조선의 땅과 바다였다는 처절한 역사의 교훈을 벌써 잊었는가? 8월 10일 중국의 항공모함이 시험운항에 들어갔다는 사실은 허접한 논리로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방해해 대한민국을 자해(自害)하고 있는 세력들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이 도래했음을 알리는 징표다.

이춘근 한국경제연구원 외교안보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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