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패트롤] '벤처 촉진제' 기술거래소 개장

중앙일보

입력

나라가 온통 막바지 선거전으로 시끄럽지만 들녘엔 봄빛이 가득하다.

이번주의 가장 큰 관심사는 뭐니뭐니해도 16대 국회의원 총선거다.

무대위에서는 정당과 정치인들이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지만 정부나 기업, 근로자들 모두 객석에서 숨죽이고 사흘 뒤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모두들 나름대로 계산이나 기대가 있을 것이다. 정부는 선거결과가 그동안 힘겹게 밀고나온 정책기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계산 중이며, 기업들 역시 중요한 행사나 투자계획을 13일 이후로 미뤄두고 있다는 소식이다.

금융기관들이나 증권시장 역시 선거결과에 잔뜩 신경쓰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선거와 경제를 냉정하게 지켜보는 사람들은 13일 이후에도 경제 쪽에서 급격한 변화는 나타나기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동안 여야가 국가부채 논란에서 경제위기론에 이르기까지, 경제를 볼모로 험하게 싸웠지만 선거 후에 경제가 결딴날 것으로 보는 경제인들은 많지 않다.

지난주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한 증시만해도 선거 때문에 맥을 못춘다는 분석은 별로 없다. 그보다는 시장의 수급상황이나 금리전망, 미국 시장의 동향에 더욱 민감한 모습이다. 대체로 선거가 어떻게 끝나든 증시는 더 나빠질 게 별로 없다는 전망이 많다.

선거도 선거지만 구제역 파동과 산불.황사 피해 등 자연재해의 확산 방지나 피해복구도 시급한 과제다. 특히 60여년만에 처음 발생한 구제역은 단숨에 한국산 돼지고기.쇠고기 수출길을 막아버렸으며, 경기.충남 일원의 축산농가들을 위기에 몰아넣고 있다.

다행히 지난주말을 고비로 지역적인 확산추세는 주춤해진 양상이다. 그러나 가축도살.수출봉쇄 등에 따른 구제역의 피해는 수조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오늘 정식으로 문을 여는 기술거래소는 눈여겨 봐야 할 새 시장이다. 올해 시장규모는 2천5백억원 정도라 증권시장에는 비할바가 아니지만 걸린 기대는 크다.

기술을 주식처럼 사고파는 기술거래소가 빨리 정착될수록 기술발달을 촉진시킬 뿐 아니라 하이테크 벤처 육성에도 촉진제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해외에서는 국제 유가가 한풀 꺾인 가운데 나스닥 시장의 주가 향방이 관심의 초점이다. 지난주 정보통신 관련주를 비롯한 첨단기술주들의 거품 논쟁 속에 한때 4천포인트선조차 무너졌던 나스닥 지수가 주말에는 최근 3개월 새 가장 큰 폭의 오름세를 기록하며 반등했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앨런 그린스펀 연준(聯準)의장.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사 회장 등 스타 경제인들과 함께 가졌던 백악관 신경제회의 이후 나스닥 주가가 살아났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신경제의 실험장격인 나스닥 시장이 이번주에도 지난주말의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것은 싫든 좋든 나스닥과 움직임을 같이 하고 있는 코스닥 시장에도 곧바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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