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소프트웨어 업체 인수에 나설 전망이다. 소프트웨어 기업인 구글이 휴대전화 제조회사인 모토로라를 인수한 것과 반대로 하드웨어 업체인 삼성전자가 소프트웨어 기업 인수를 추진하는 것이다.
이건희(69·사진) 삼성전자 회장은 16일 “소프트웨어 인수합병(M&A)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사장 등 삼성전자 최고위 임원들과 점심식사를 한 자리에서다. 그간 소프트웨어 인력과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해온 데서 한발 더 나가 M&A까지 거론한 것이다. 삼성그룹 김순택 미래전략실장은 17일 서울 서초동 사옥으로의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이 회장의 전날 발언을 전했다. 이 회장은 또 점심 자리에서 “정보기술(IT) 산업의 파워가 삼성 같은 하드웨어 업체에서 소프트웨어 업체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말도 했다.
삼성전자의 한 간부는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한 것은 소프트웨어든 하드웨어든 외바퀴만으로는 경쟁하기 힘든 시대가 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삼성전자도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고루 갖춘 융합 기업이 돼야 한다는 게 이 회장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M&A 검토 대상을 스마트폰 운영체제(OS) 기술을 가진 업체로 한정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당장 스마트폰 OS가 필요해서가 아니라 기반 기술과 인력을 확보해 중·장기적으로 소프트웨어 측면의 경쟁력을 높이는 게 M&A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즉각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 19조70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하드웨어 회사가 소프트웨어 기업을 인수한 사례로는 지난해 인텔이 보안업체 맥아피를 76억8000만 달러(약 8조2100억원)에 M&A한 것이 있다. 구글은 모토로라를 125억 달러(약 13조3800억원)에 인수했다.
권혁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