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말하는 영재학교 입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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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영재학교와 과학고는 이과 성향의 학생과 이공계 대학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이 지원하는 대표적인 학교다. 일반고에 비해 수학과 과학 과목의 수업 비중이 높고, 심화학습을 할 수 있어 이 분야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2012학년도 영재학교 전형은 일단락됐지만 과학고와 자율형 사립고, 과학중점학교 등의 입시는 아직 남아 있다. CMS에듀케이션 대표 원장들에게 영재학교 입시 결과와 남은 입시 준비법에 대해 들어봤다.

글=박정현 기자, 사진=김진원 기자

과학영재학교 학교 생활 강조, 내신성적 중요

▶김희재(CMS 목동 원장)=공교육 강화와 사교육 억제정책 등으로 수상 실적은 반영되지 않았다. 특히 학교 생활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내신성적이 중요해졌다. 영재학교 입시는 과학고와 마찬가지로 내신, 특히 수학·과학의 관리가 기본이 돼야 한다. 입학사정관제 전형에서 1단계 서류를 통과하려면 탐구노트나 공교육에서 실시하는 탐구대회 포트폴리오 등 수학·과학적인 영재성을 입증할 만한 자료를 미리 준비해두는 것이 좋다.

▶김재규(CMS 대치영재관 원장)=한국과학영재학교는 100%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했다. 2단계 영재성 다면평가 중 수학 종합 창의력 평가는 중등 수준에 충실했다. 서울과고 입시에서 가장 큰 변화는 입시 단계가 축소된 것이다. 2단계에서 진행된 수학 능력 평가가 폐지되고 영재성 판별 검사와 창의적 문제 해결력 검사가 한꺼번에 진행됐다. 과목 통합형 문항이 많았지만 그래도 수학 비중이 높았다. 과학은 물리 영역의 출제 비중이 타과목에 비해 높았다. 2단계 전형에서 수학 문제는 경시성과 창의적 문제로 나눌 수 있다. 창의적 문제 역시 경시성이 가미됐고, 중등 과정을 벗어나지 않았지만 고등 선행과정을 한 학생들에게 유리한 문제도 있었다. 앞으로 지식의 표현보다는 변화된 조건 속에서의 과학 현상을 서술하고 표현하는 능력이 중시될 것이다. 배운 지식을 재해석하고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친구들과 토론해 과학적 사고력을 확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기과고 1단계 기초수학능력평가 수학 문제는 중등 심화과정에 충실했다. 하지만 문제 수나 난이도가 어려워 체감 난이도는 높았다. 1단계 과학은 중등과 고등 선행의 경시성에 가까운 문제들이 나왔다. 중등 과정의 기본과 심화 개념이 정리돼 있어야 하고, 고등 선행을 통해 문제를 쉽고 정확히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2단계는 대부분 서술형 문제였다.

과학고는 복합적인 문제 많이 다뤄봐야

▶김형준(CMS 평촌 부원장)=2학기 중간고사 기간을 제외하면 과학고 전형이 10주 정도 남았다. 영재학교를 준비한 학생이라면 과학고 입시를 위한 수학과 과학 소양은 갖춘 셈이다. 남은 기간 동안 공부한 것을 되돌아보는 것이 좋다. 영재학교를 준비하며 고등 개념을 학습했다면 과고는 중학교 개념 위주로 한다. 과학 잡지 등 교과 외의 과학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과고 입시를 위해서는 단편적인 지식과 개념이 아닌 복합적인 문제를 많이 다뤄 보고, 중등 과정의 활용 문제를 경험해보는 것이 좋다.

보고서를 써보는 것도 바람직하다. 중등 과학 교과에 나오는 실험이나 이론에 대한 실험 보고서를 쓴다. 실험을 하고도 왜 그 실험을 하는지 모르는 학생들이 더러 있다. 보고서를 쓰면 어떤 이론이 적용되는지 쉽게 파악된다. 실험 원리를 정리하고 그 원리가 적용되는 다른 형태의 실험도 정리해본다. 원리나 개념을 실험에서 어떤 방식으로 해석하고 유추하는지 실험 평가를 할 때 도움이 된다.

▶김재규=과고는 과학영재학교보다 내신이 더 중요하다. 하지만 전체 시간의 20% 이상 내신에 매달리면 다른 면이 부족해질 수 있다. 과고나 영재학교 수험생은 내신 준비 기간을 최소화해야 한다. 1년 중 한 달 반에서 두 달 이상을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공계를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평소 많은 시간을 심화학습과 활동을 하는 데 써야 한다.

▶김희재=전국 단위로 선발하는 자율형 사립고는 용인외고와 민족사관고, 한일고, 상산고 등 10곳이 있다. 문과와 이과 소양이 고르게 있는 학생들이 지원해볼 만하다.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민사고는 전 과목) 학교 내신으로 1단계 선발을 하거나 학교 내신과 서류로 뽑고, 2단계에서는 면접을 실시한다. 국어와 국사 능력 등이 중요하므로 내신과 중요 과목의 공인인증시험이 있으면 유리하다.

▶김형준=과학중점학교는 전국에 총 100개교가 있다. 수학·과학 교과 수업이 40~50% 진행돼 대학 수시모집과 입학사정관 전형이 확대되면서 이공계쪽 희망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초등 때부터 자신의 지식 말로 표현하는 연습

▶김재규=자녀를 영재학교에 보내려는 학부모 중 고등 과정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중등 과정과 연결된 심화 과정이면 된다.

▶김희재=수학에서 초·중·고 과정의 연결 학습은 단기간에 되지 않는다. 초등 때부터 연결을 시작해야 한다. 초등 과정에서는 기초가 만들어져야 해 문제풀이 학습법보다는 개념을 확장할 수 있는 형태가 바람직하다. 수학 교과가 스토리텔링형으로 바뀌고 있다. 수학도 개념 풀이 위주가 아닌 이야기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는 의미다. 수학도 체험하며 배워야 개념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스토리텔링이 강조되면서 소통이 중요해졌다. 수학과 과학도 문제를 푸는 것과 더불어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을 표현하는 것이 강조되고 있다. 비슷한 수준의 친구들과 이야기를 통해 습득하는 것이 좋다.

▶김형준=자기주도학습 전형이나 입학사정관 전형 등으로 서류에서 활동이 중요해졌다. 경시대회 실적이나 영재교육원 활동은 쓸 수 없어 자기소개서에 녹일 수밖에 없다. 교내·외 활동은 시간을 낭비하는 게 아니므로 초등학교 때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이것과 연결해 중학교에서는 하나 정도 활동하는 것이 좋겠다. 교육청 주최 대회나 인가 받은 형태의 활동들을 꾸준히 참여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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