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IT 파워 이동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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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세계시장을 무섭게 잠식하던 기세가 글로벌 기업들의 매서운 연합 공세로 흔들리고 있다. 반도체 사업에선 도시바와 하이닉스가 손잡고 삼성 아성을 넘보고 있다. 히타치·소니·도시바 연합은 LCD 분야를 위협 중이다. 이번엔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해 휴대전화사업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이를 두고 이건희(69·얼굴) 삼성전자 회장은 16일 “정보기술(IT) 업계에서 급속한 파워 이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에서 삼성전자 최고위 임원들과 함께한 점심자리에서다. 이 자리에는 김순택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과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사장, 윤부근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 신종균 무선사업부장(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 회장은 이날 “IT의 파워가 삼성 같은 하드웨어 업체에서 소프트웨어 업체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삼성의 한 고위 임원은 “삼성은 현재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D램과 LCD 가격 하락, 구글을 등에 업은 모토로라의 등장이라는 동시다발적 도전에 맞닥뜨렸다”며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강화하지 않고서는 직면한 도전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게 이 회장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지난달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열린 ‘선진제품 비교 전시회’에서 “필요한 소프트 기술은 악착같이 확보해야 하며, 열과 성을 다해 소프트웨어 인력을 뽑고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점심에 앞서 스마트폰과 TV 같은 전자 분야 완제품 전략 회의를 주재했다. D램값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지난 11일 반도체 사장단으로부터 대책 보고를 받은 데 뒤이은 것이다.

휴대전화 사업 총괄 신종균 사장은 회의 후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한 것은 산업의 큰 변화”라며 “자체 (스마트폰용) OS인 ‘바다’를 열심히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HMC투자증권 노근창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가 처음부터 공룡기업은 아니었다. 다양한 위험을 줄타기를 잘 하면서 성공신화를 만들었다”며 “지금의 위기가 과거와는 다르지만 꼭 비관적이지는 않다. 삼성은 다시 한번 새로운 도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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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삼성전자 회장
[現]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

194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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