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위안부 증언 젊은층이 들어야 교육자료 만들어 미 중·고교 보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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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추모전을 설명하고 있는 뉴욕 홀로코스트센터 아서 플루그 소장.

“일본정부는 하루 빨리 종군위안부의 존재를 인정하고 희생자에게 사과하라.”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퀸즈커뮤니티칼리지 내 홀로코스트센터에 모인 뉴욕시와 뉴욕주 지방의회 의원 7명이 입을 모았다. 이날 이곳에서 공식 개막한 일본군 위안부 추모전 ‘어둠 속에서 나오다, 종군위안부’ 리셉션에서다. 홀로코스트센터는 유대인 커뮤니티가 독일 나치의 학살을 잊지 않기 위해 세계 곳곳에 세운 기념관이다. 행사장엔 댄 할로랜 등 뉴욕시의원 3명과 그레이스 맹 등 뉴욕주의회 의원 3명을 비롯해 300여 명이 참석했다.

뉴욕 홀로코스트센터는 유대인 커뮤니티의 거물이었던 해리엇 쿠퍼버그 부부가 세운 재단의 후원을 받고 있어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하다. 홀로코스트센터를 설득해 이번 전시회를 이끌어낸 뉴욕 한인유권자센터 김동찬 소장은 “뉴욕시와 뉴욕주 의원 7명이 한인 커뮤니티 행사에 한꺼번에 참석한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유대인 커뮤니티의 심장부인 홀로코스트센터에서 일본군 위안부의 진실을 알리는 전시회를 열자 미 주류사회의 관심이 뜨겁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회는 다음달 29일까지 이어진다.

 홀로코스트센터 아서 플루그(Arthur Flug) 소장은 “앞으로 홀로코스트센터 생존자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를 퀸즈커뮤니티칼리지 학생 앞에 함께 모셔 경험담을 들어보는 기회도 만들어볼 계획”이라며 “위안부 관련 교육자료도 미 중·고교에 보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이번 전시회 기획 의도는.

 “홀로코스트와 일본군 위안부 희생자는 동시대에 일어난 반인류 범죄의 피해자다. 생존자들이 당시의 일을 증언할 수 있을 때 젊은 세대에게 이를 알려야 한다. 당시에 어떤 일이 벌어졌고 누가 그랬는지 잊어서는 안 된다는 걸 일깨우고 싶었다. 그래야 후손이 같은 불행을 당하지 않는다.”

 - 한국에서 일어난 일에 왜 홀로코스트센터가 나서냐는 지적은 없나.

 “지나간 일을 들춰내서 어쩌자는 거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그게 내 어머니·동생·딸이었다고 생각해보라. 더욱이 범죄를 저지른 정부는 발뺌하기에 급급할 뿐 진심 어린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이는 용납할 수 없다. 홀로코스트 생존자와 위안부 할머니의 만남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전쟁 범죄가 단지 유대인이나 한인 커뮤니티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가 함께 맞서 싸워야 하는 과제라는 걸 알리려는 것이다.”

뉴욕=글·사진 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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