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교 출신 첫 주중 미대사 게리 로크…소탈한 ‘스타벅스 외교’ 중국서 호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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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현지시간) 새 부임지인 중국으로 오는 길에 딸과 함께 미국 시애틀 공항 스타벅스에 들른 게리 로크 신임 주중미국대사. [웨이보 웹사이트]

중국계 주중 미국대사인 게리 로크(Gary Locke·61)가 중국에 도착한 지 이틀 만인 1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가졌다. 첫 화교 출신 대사로 중국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그는 미 대사관에서 부임 소감을 밝혔다.

로이터는 로크 대사가 “미국과 중국은 외교·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관계를 맺고 있다”며 양국의 협력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가족과 함께 회견 자리에 나온 로크 대사는 “부인과 아이들 모두 중국에 와서 새로운 관계를 맺고 미·중 협력 관계를 넓혀나갈 수 있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더욱 성공적인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중국의 독특한 역사와 철학, 문화를 이해하고 그 차이를 인정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답해 중국 언론의 환영을 받았다.

 중국 국민들이 로크 대사에게 열렬한 지지를 보내게 된 데에는 그의 소탈한 성격도 한몫했다. 12일 밤 9시29분쯤(현지시간) 베이징 서우두(首都)공항에 도착한 그가 어깨에 멘 배낭과 한 손에 든 서류가방이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 중국계 부인 모나 리와 아이들 역시 직접 가방을 챙긴 모습이었다. 광저우일보는 이를 “여행 갔다 돌아오는 보통 중국 가족과 같았다”고 표현했다.

 약 12시간의 장거리 비행에 앞서 미국 시애틀 공항의 스타벅스에서 할인쿠폰으로 커피를 사려다 퇴짜를 맞은 일도 인터넷 상에서 화제가 됐다. 쑥스럽게 웃으며 카드로 결제하는 모습을 마침 공항에 있던 중국인이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微博)에 올린 것. 중국 네티즌들은 소비지향적이고 과시적인 중국의 관료들과 다르다며 찬사를 보냈다. 사진이 화제가 되고 있다는 질문을 받자 로크 대사는 “앞으로도 블로그나 소셜미디어 등 모든 형태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중국인들과 소통하며 이곳에서의 임무를 수행하겠다”고 답했다.

 로크 대사는 이민 3세대로 중국 남부 광둥성에서 태어난 할아버지가 1910년대에 미국 서부 워싱턴주에 정착해 그곳에서 태어났다. 워싱턴 주지사를 연임했으며 오바마 행정부에서 상무장관을 거쳐 주중대사에 임명됐다. 17일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의 방중을 시작으로 로크 대사의 일정이 시작될 예정이다.

민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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