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은 기는데 주가만 날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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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거품이 빠지는 것인가,아니면 더 큰 도약을 위한 일시적 조정인가.

전세계적으로 정보통신 혁명을 몰고 왔던 첨단기술주의 주가가 추풍낙엽처럼 떨어지자 거품 논쟁이 재현되고 있다.이런 논란은 과거에도 있었다.그러나 이번에는 세계적으로 정보통신 붐을 일으킨 미국 나스닥시장이 두차례나 전고점 돌파에 실패하고 주저 앉자 논란이 본격화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 인터넷 기업의 수익 원천

거품 논쟁의 출발점이다. 고객은 엄청나게 늘고 있지만 과연 매출이나 이익이 여기에 비례해 늘겠느냐는 것이다.

국내의 대표적 인터넷 기업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을 보자. 다음은 지난해 89억4천만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그러나 내용을 뜯어보면 영업이익은 9억5천만원의 적자였다.

다른 벤처기업 지분을 팔아 얻은 유가증권 처분 이익이 거의 1백억원에 달해 이같은 이익을 냈던 것이다.

본업에선 적자였고 부업인 벤처기업 투자에서 이익을 냈던 셈이다.

다음의 조은영 홍보담당은 "지난해의 경우 방문자수와 회원수를 늘리기 위한 광고비 지출이 많아 영업이익이 적자였다" 며 "광고매출액이 매분기 1백60%씩 성장하는 추세여서 영업실적이 빠르게 호전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광고와 전자상거래 수입만으로 지금까지와 같은 주가 상승세를 계속 유지해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많다.

미국 다우존스사가 발행하는 경제전문잡지 밸런스 온라인은 최근 주가 평가기관인 페거서스 리서치 인터내셔널의 조사결과를 인용, 지난해 말 미국 벤처기업 2백7개 가운데 1백53개가 적자였고 51개는 1년 내 자금 고갈에 직면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공개해 나스닥지수 폭락을 불러오기도 했다.

◇ 코스닥 벤처기업은 고평가됐나

동원경제연구소가 미국과 한국시장의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의 주가순익비율(PER) 과 주가매출액비율(PSR) 을 비교한 결과 코스닥> 나스닥> 뉴욕시장> 거래소 순으로 높게 나왔다.

PER와 PSR가 높다는 얘기는 순이익이나 매출액에 비해 주가가 높다는 뜻이다.

코스닥 기업의 주가가 전통 기업의 과거 주가 추이와 비교해 볼 때도 너무 빨리 올랐다는 지적이 있다.

세종증권에 따르면 코스닥의 정보기술과 인터넷 관련 상위 6개사의 1999년 주가 상승률은 3천2백47%였다.

이는 과거 삼성전자가 10년 동안 오른 폭과 비슷하다. 대신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주당순이익(EPS) 은 3백65.9%나 증가했다.

따라서 코스닥의 6개 기업이 현재의 주가를 유지하기 위해선 최소한 몇년 안에 3백65% 이상의 EPS 증가율을 달성해야 한다.

그러나 정보통신업계도 경쟁이 심화하고 있어 이럴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게 세종증권 리서치팀 강석필 연구원의 지적이다.

◇ 옥석 가리기 불가피

신영증권 노근창 코스닥팀장은 "인터넷 기업이라고 무조건 주가가 오르는 시대는 끝났다" 며 "이익을 꾸준히 올릴 수 있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간의 주가 차별화가 심화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반도체 관련주나 네트워크 장비주가 뜬 이유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노 팀장은 "미국에서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시스코시스템스의 시가총액이 마이크로소프트를 앞지른 게 이같은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고 설명했다.

기업간 전자상거래(B2B) 관련주도 새로운 테마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기업간 전자상거래는 물류.유통혁명을 몰고와 엄청난 물류비용의 절감을 가져오고, 이것이 수익원천이 된다는 것이다.

기존 인터넷 기업의 초대형 합병이 잇따를 것이란 예상도 있다. 광고수입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회사는 극소수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살아 남기 위해선 방문자수를 업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하고, 이에 따라 초대형 회사간의 합병이 불가피해진다는 얘기다.

한국기술거래소 홍성범 사장은 "새롬기술과 네이버의 합병도 방문자.회원수를 늘리기 위한 것" 이라며 "이같은 합병이 앞으로 심심찮게 나올 것" 이라고 내다봤다.

홍사장은 "첨단기술주도 앞으로는 수익 원천이 확실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며 "벤처기업의 옥석 가리기도 이런 기준에 따라 이뤄질 것" 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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