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출판계에도 보안체계 '비상'

중앙일보

입력

'쇼생크 탈출' '그린 마일' 의 미국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이 처음으로 내놓은 인터넷 소설 '총알에 올라타기' (Riding the Bullet)가 지난주 해킹을 당했다.

해킹을 당한 것은 이 책의 내용을 읽을 수 있도록 전자책과 함께 제공되는 판독프로그램 글래스북 리더(Glassbook reader)시스템과 관련돼 있다.

그러나 판독프로그램에는 당초 최첨단 암호체계에는 훨씬 못미치는 허술한 40비트짜리 암호가 쓰여 해킹은 이미 예정돼 있었다는 것이 당사자들을 비롯한 미국 전자출판 업계의 반응이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인터넷 익스플로러 등 미국의 브라우저들은 통상 128비트 암호를 사용하고 있다.

'총알에 올라타기' 의 유통을 책임진 e-북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글래스북' 은 처음부터 64비트 암호체계를 구축하려고 했으나 스티븐 킹 소설의 미국출판을 맡고 있는 사이먼&슈스터 사의 마감일을 맞추지 못해 할 수 없이 40비트로 유통을 시작했다.

그러나 해킹 직후 암호를 64비트로 업데이트했다.

다음 주에는 보안이 좀더 강화된 새로운 버전의 e-북 판독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달 14일 첫선을 보인 '총알에 올라타기' 는 인터넷 서점 아마존 인터넷 사이트 등 무료사이트와 미국의 가장 큰 서점체인 반스앤노블스 사이트 등 유료(2.5달러)로 내려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뉜다.

유료로는 벌써 50만명 가량이 이 책을 사갔고, 무료 사이트에는 접속이 폭주해 시스템이 다운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번 해킹은 유료 사이트에서도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바꾸는 선에서 일단 그쳤다.

글래스북은 해킹을 알아차리자마자 신속하게 대처해 이 67쪽짜리 소설을 통째로 도둑맞거나 혹은 줄거리가 바뀌는 '재앙' 을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위험이 늘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글래스북사의 렌 카웰 사장은 "이번 사건을 통해 보안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 사이먼&슈스터 사가 이해하게 됐다" 면서 "해커들이 해적질을 하는 와중에도 e-북이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간접적으로 배운 값진 경험이었다" 고 밝혔다.

이런 여러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전자출판 시장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장미빛이다.

종이책이 없어지지 않더라도 스티븐 킹의 말처럼 "전자책과 종이책이 동시에 출간되는 시대가 올 것" 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영국의 최대 서점체인 워터스톤도 홈페이지를 통해 3월 22일부터 킹의 '총알에…' 를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전자출판 분야를 확충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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