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수익률 -31% 금융위기 때 대박 … 존 폴슨의 굴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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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존 폴슨=1955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다. 뉴욕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뒤 94년 200만 달러를 갖고 헤지펀드를 시작했다. 현재(올 6월 말) 그의 자산운용사 전체 자산 규모는 350억 달러에 이른다. 세계 4위 헤지펀드 운용회사다. [블룸버그]

‘서브프라임 영웅’ 존 폴슨(56)도 8월 급락을 피하지 못했다. 그가 회장으로 있는 폴슨앤드컴퍼니(Paulson & Co)의 대표 펀드가 8월 첫째 주(1~5일)에만 11% 손실을 기록했다. 문제의 펀드는 어드밴티지플러스다. 자산 규모는 지난달 말에 170억 달러(약 18조5000억원) 정도였다. 닷새 사이 18억7000만 달러 정도 까먹은 셈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폴슨의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며 “올해 초 이후 어드밴티지플러스는 31%나 손해를 봤다”고 14일 전했다. 글로벌 헤지펀드 정보회사인 유레카헤지는 “폴슨의 헤지펀드 인생에서 이처럼 많은 돈을 까먹은 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1994년 처음 헤지펀드를 시작했다. 어드밴티지플러스는 폴슨의 투자 철학과 전략을 대표하는 펀드다. 그 자신과 담당 펀드매니저, 다른 임직원 등의 돈이 이 펀드 자산의 36%를 차지한다. 그만큼 자신이 있었다는 방증이다.

 폴슨의 수모는 ‘미국 경제회복’에 베팅한 데서 비롯됐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 경제 침체 기간은 평균 11개월이었다”며 “18개월 지속된 이번 금융위기 침체는 충분히 길었다”고 말하곤 했다. 미 경제의 더블딥(경기 회복 뒤 재침체) 가능성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

 큰소리만 친 게 아니었다. 폴슨은 올 1분기 미국 대형 은행들의 주식을 공격적으로 사들였다. 무엇보다 자산 규모가 가장 큰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주식을 끌어모았다. 어드밴티지플러스 펀드가 BOA의 9위 주주가 됐다. 대신 그는 미국 재무부 채권을 대거 팔아치웠다.

 하지만 행운의 여신은 그의 편이 아니었다. 올 2분기 BOA와 씨티그룹 등 대형 은행 주가가 슬금슬금 미끄러졌다. 여기에 8월 글로벌 주가 급락이 더해졌다. 12일 현재 BOA 주가는 올 초보다 40% 정도 떨어졌다. 씨티그룹도 같은 기간 37% 정도 하락했다.

 투자전문지인 스마트머니는 최근 “폴슨이 2007년 추억을 되새기며 마음을 달래고 있을 것”이라고 촌평했다. 그해는 그의 인생 황금기였다. 펀드 자산 125억 달러를 굴려 150억 달러(약 16조4000억원)를 거둬들였다. 집값 추락을 예견하고 모기지담보부증권(MBO)을 공매도했다. 값이 떨어질수록 그의 주머니가 두둑해졌다. 또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에 베팅했다. 그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영웅’으로 불리는 이유다.

 그런데도 폴슨의 투자자들은 아직 돈을 빼지 않고 있다. 그의 능력이 불신받는 단계는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미 경제의 더블딥 가능성이 높은데도 기존 전략을 그대로 구사하면 손실이 투자자들의 인내심을 넘어설 수 있다”고 스마트머니는 전망했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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