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보다 원금 지키는 ‘안전자산’에 무게 실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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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호 20면

주식시장의 하루 등락폭이 100포인트를 넘나들 정도로 불안정한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신용평가업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로 한 단계 내리면서 더블딥과 유럽 재정위기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진 탓이다. 시장이 흔들리니 위험도 높은 자산 대신 현금을 보유하려는 움직임도 없지 않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의 양적완화가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될 수 있는 상황에서 현금 보유를 무조건 좋은 투자전략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전문가들은 높은 수익률보다는 안정적이면서도 인플레이션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투자전략이 필요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이 같은 상황 때문에 실물자산의 대표 주자인 금과 안정성이 탁월한 미국 국채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또 하락장에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 역시 주목받는 상품이다.

하루 주가 변동폭 100포인트 … 혼란기의 투자는

“금값 연내 온스당 2500달러 갈 수도”
2008년 9월 미국의 투자은행(IB)인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이후 금값은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렸다. 그해 10월 23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트로이온스(31.1g)당 714.7달러에 거래됐던 금은 2년9개월 만인 지난 11일 1784.30달러까지 올랐다. 특히 지난 5일 미국 신용등급 하락 발표가 나자 연 사흘간 온스당 100달러 가까이 오르며 장중 한때 1800달러를 넘어서는 등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거래 증거금 비율을 인상한 여파로 11일과 12일에는 소폭 하락했다. CME는 초기 증거금을 거래당 6075달러에서 7425달러로, 유지 증거금을 4500달러에서 5500달러로 각각 올렸다. 증거금이 오르면 그만큼 투자비용이 높아져 매도가 늘어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금이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라 보고 있다. UBS의 에델 털리 애널리스트는 “지난주 금값 변동성이 아주 커지다 보니 CME에서도 시장 안정과 대규모 손실 방지를 위해 증거금을 올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어느 정도 가격 조정이 있을 수 있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저가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석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도 “최근의 금융위기가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금과 같은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심리가 한층 확산될 전망”이라며 “선진국이 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통화량 증가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추가 상승 여력도 충분하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동양종금증권은 금 목표가격을 온스당 1850달러로 높였다. 일부에서는 “올해 안에 온스당 25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콜린 펜톤 JP모건체이스 상품시장 수석애널리스트)는 의견도 나온다. CNN머니 역시 금값이 여전히 실질적인 사상 최고치에는 미치지 못해 상승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1980년 1월 21일 금값은 온스당 825.50달러를 기록했는데 그간의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2261.33달러에 이른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금에 투자하려면 실제로 금을 사 모으거나 금 관련 펀드에 가입해야 한다. 은행이나 귀금속상에서 실물 금을 사는 것이 가장 간편하다. 하지만 10%의 부가가치세를 내야 하는 데다 안전하게 보관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원화를 계좌에 입금하면 은행이 국제 금시세와 달러 환율을 적용해 금으로 적립해 주는 골드뱅킹 상품이 인기다. 신한·국민·기업은행에서 이 상품을 취급했는데 지금은 신한은행에서만 신규로 가입할 수 있다. 지난해 말 기획재정부가 골드뱅킹 계좌거래에서 매매차익이 발생할 경우 15.4%의 배당소득세를 물도록 제도를 바꿨기 때문이다. 신한은행만 세금을 원천 징수할 수 있는 전산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은행의 골드뱅킹인 골드리슈 잔액은 올 1월 말 4500㎏에서 지난 12일에는 6000㎏으로 늘었다. 계좌 수도 같은 기간 8만6000개에서 10만 개로 증가했다. 꾸준히 금값이 오른 덕에 세전 수익률은 최근 1개월간 18%, 6개월간 27%에 달한다. 다만 골드뱅킹이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또 달러 기준으로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금값이 올라도 달러값이 떨어지면 손실을 볼 수도 있다.

간편한 거래를 선호한다면 금 관련 펀드에 투자하는 것도 고려해 봄 직하다. KB·삼성·PCA 등에서 운용하는 설정액 10억원 이상인 5개 펀드는 올 들어 20% 안팎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펀드 차원에서 헤지를 하기 때문에 환율 변동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금 펀드는 금 자체뿐 아니라 금 관련 업체 주식에 투자하거나 이 둘을 적당한 비율로 섞은 경우 등으로 다양하다. 가입하기 전에 펀드의 성격을 확인해야 한다는 얘기다.

인버스 ETF ‘올인’은 위험 부담 커
미국·독일·영국의 국채는 금과 함께 안전자산의 원조로 꼽힌다. S&P가 미국 신용등급을 낮추자 이런 상품들도 일제히 가격이 올랐다. 특히 미국 국채는 지난 5일 신용등급 강등 사실이 알려진 뒤 3거래일 연속 상승하는 역설적인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미 국채 10년물의 경우 5일 2.5652%이던 연 수익률이 10일에는 2.1092%까지 낮아졌다. 금리가 낮아지는 것은 채권가격이 오르는 것을 의미한다. 10년 만기 독일 국채의 수익률도 같은 기간 2.346%에서 2.192%로 낮아지는 등 독일·영국 국채의 강세가 이어졌다.

하지만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2013년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발표하자 채권값이 일제히 떨어졌다. 10년물 금리가 11일 2.3495%까지 반등한 것이다. 하루 상승폭으로는 2008년 11월 이후 최대다. 이날 미국 신용등급이 낮아진 뒤 처음으로 진행한 160억 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 30년물 입찰에서도 응찰률은 2.08배에 그쳤다. 하루 전 240억 달러어치의 10년물 입찰에서 입찰물량의 세 배가 넘는 800억 달러 이상이 몰리며 2.140%의 사상 최저 수익률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역사상 가장 비싼 값을 주고라도 미국 국채를 사들이겠다고 덤볐던 투자자들이 하루 만에 마음을 바꾼 것이다. 블룸버그는 “FRB의 초저금리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불러올 것이라는 전망에 만기가 긴 장기채부터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에 직접 투자할 방법은 없다. 해외 채권형 펀드에 가입해 간접 투자해야 한다. 이 가운데서도 미국 국채에만 투자하는 펀드는 없고, 회사채 등을 포함한 미국 채권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도 블랙록자산운용의 ‘블랙록USD하이일드펀드’와 ‘블랙록월지급미국달러하이일드’, 알리안츠자산운용의 ‘알리안츠PIMCO토탈리턴펀드’ 등 일부에 불과하다. 김형호 한국채권투자자문 대표는 “미국 국채는 금리가 매우 낮아 수익을 내기 위한 대상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며 “몇몇 국가에서 디폴트를 선언하는 것 같은 비상사태가 발생해 원화 가치가 곤두박질치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보험 정도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이나 국제 금리가 안정된 상황에서 국내 증시의 하락 위험만 피하고 싶다면 해외 채권보다는 ETF를 활용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특히 주가가 내리면 수익을 내는 인버스 ETF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ETF는 주식처럼 상장돼 있어 일반인도 손쉽게 사고팔 수 있다. 거래에 드는 비용도 펀드보다 저렴하다. 인버스 상품인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인버스’의 경우 평소 하루 1000만 주를 밑돌던 거래량이 지난주에는 4000만 주 안팎으로 급증했다. 가격도 5일 8130원에서 12일 8895원까지 올랐다. 연초 대비 상승률이 20%를 넘어섰다.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의 ‘TIGER 인버스’와 우리자산운용의 ‘KOSEF 인버스’도 이달 초까지 마이너스에 머물던 올해 수익률이 일주일 만에 플러스 20% 이상으로 반등했다.

전문가들은 인버스 상품에 ‘올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코스피200 지수를 따라가는 인덱스 상품이나 반대인 인버스 상품은 모두 시장의 방향성에 베팅하는 성격이다. 변동성이 크고 추세가 확실하지 않은 요즘 같은 시점에 한쪽만 바라보기는 무리다. 전균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은 “지금 같은 혼란기에는 인버스 ETF 비중을 높여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고, 어느 정도 혼란기를 지나 변동이 줄면 KODEX200 같은 지수형 ETF나 그간 급락했던 섹터 상품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전략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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