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18~19일 부재자 투표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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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명박 대통령이 18일 또는 19일 부재자 투표를 통해 무상급식 지원 범위에 대한 서울시 주민투표에 참여한다고 청와대가 12일 밝혔다. 주민투표일인 24일 일정이 있을 가능성이 있어 부재자 투표를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투표율 제고를 위해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한 날 이런 발표를 함에 따라 이 대통령이 오 시장에겐 힘을 실어주고 주민투표 정국에서 미지근한 반응을 보여온 한나라당에는 자극을 주려 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오 시장의 주장에 공감하고 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한나라당이 오 시장을 성심껏 도와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이번 투표가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을 단절하느냐 마느냐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10일엔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며 “선거를 치르는 사람에겐 오늘이 당장 급하다는 것을 이해하지만, 대한민국이 제대로 가도록 지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했었다.

 한나라당도 오 시장의 대선 불출마 기자회견에 공개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김기현 대변인은 “오 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대선 전략 차원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장의 임무에 충실하기 위한 순수한 충정이었음을 밝혔다”며 “한나라당은 이번 주민투표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한나라당 서울시당도 당원협의회별로 핵심 당원 100~200명씩을 모아 주민투표와 관련한 설명회를 열고 오 시장에 대한 지원을 다짐했다.

 하지만 당 내에선 “그동안 당이 내년 총선만 생각해 이번 문제에 너무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그간 한나라당 일부 의원은 공개적으로 ‘주민투표 무용론’을 제기해왔고 당 차원의 지원도 소극적이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전이 전개되는 와중에 황우여 원내대표가 ‘0~5세 전면 무상보육론’을 꺼내기도 했다. 한 서울지역 의원은 “오세훈 시장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내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이 재미없게 됐다”며 “이런 상황이 펼쳐지도록 오 시장을 코너에 몬 게 바로 한나라당”이라고 지적했다.

 오 시장이 다음 카드로 서울시장직을 걸고 ‘배수진’(背水陣)을 칠 경우엔 당의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오 시장이 시장직은 걸지 않는다고 나와 약속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오 시장이 또 한번 승부수를 띄울 가능성도 남아 있다는 분석이 많다.

 민주당은 오 시장의 불출마 선언에 대해 ‘정치쇼’라고 비판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자신의 정치 놀음을 위해 아이들에게 눈칫밥을 먹게 하려는 오 시장의 정치쇼에 분노할 뿐”이라고 말했다. 또 이용섭 대변인은 "오 시장을 대선 주자감으로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무슨 뜬금없는 발표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고정애·남궁욱·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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