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배울 게 많다는 게임회사의 말 정말일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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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게임회사가 우리 아이에게 말하지 않는 진실
고평석 지음, 한얼미디어
224쪽, 1만2000원
 

“게임을 무조건 나쁜 것으로 볼 게 아니다. 다른 사용자와 같이 게임을 하면서 협동심과 사회성을 배울 수 있고, 두뇌개발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다. “

 여럿과 어울려 하는 인터넷 게임을 만드는 게임회사의 변이다. 책에 따르면 이거 모두 허튼소리요, 착각이다. 머리가 좋아지려면 끊임없이 뭔가를 배우거나 생각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계속 새로운 정보나 경험이 제시돼야 하는데 게임은 그렇지 않다. 진보나 혁신을 허용하지 않고, 패턴을 제시하는 데 그치기 때문이다.

 협동심이나 사회성을 키울 수 있다고? 게임사회는 실제 사회보다 훨씬 혼탁하다. 거친 말이 오가고, 실력이 처지는 이는 무시되기 일쑤다. 커뮤니티에는 게임실력을 키우거나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모이므로, 배울 게 거의 없다. 무엇보다 게임은 다른 문화적 콘텐트와 달리 메시지도, 감동도 없다. 승부만 있을 뿐이다.

 게임업계에서 돌멩이를 맞을 이야기지만 책은 상당히 설득력 있다. 지은이는 실제 게임업체를 운영했었다. 게임중독 실험도 스스로 해봤다.

그는 1년간 온라인 축구게임에 빠졌다. 하루 한 시간 하기로 했는데 처음 한 달간은 통제가 됐다. 두 달째부터 승부에 집착하면서 게임 후에도 뭔가 발로 차고 싶은 ‘감정의 연속’ 증상이 나타났다.

 석 달 만에 게임에 집중하기 위해 전화도 안 받고 아들도 모른 체하기 시작했고 승리를 돕는 게임 아이템을 사려고 돈을 썼다. 학창 시절 만화도 안 보고, 명문대를 졸업했으며 술·담배도 안 하고는 별명이 ‘청교도’인 모범가장에게 벌어진 일이다.

 3부에는 해법도 나온다. 자녀가 어떤 게임을 얼마나 하는지 부모가 관심을 두고 지켜보란다. 함께하는 것도 권한다. 눈길을 끄는 것은 컴퓨터게임에 빠진 자녀에게 “게임하지 말고 공부해”라고 하지 말라는 조언이다. 대신 여러 가지 새로운 게임을 접하게 해 ‘중독’을 막고 운동·독서 등 다른 여가활동에 관심을 유도하라고 한다.

 책은 학술적이지 않다. 실제적이다. 저자 개인의 체험이 바탕이 됐다. 자녀의 게임중독에 고심하는 부모들에게 즉효 처방은 아니더라도 해법을 찾는 나침반이 될 수 있다.

김성희(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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