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임플란트? 자연치 살리기 우선해야

중앙일보

입력

이가 아파서 끙끙 앓고 있던 사회초년생 김수호씨(27세)는 얼마 전 치과에 들렸다가 치아가 썩어서 뽑고 임플란트를 심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비용이 비교적 저렴한 치과라고 들었지만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치아를 뽑아야 하는데다 비용이 많이 든다는 말에 기겁하고 말았다.

그러나 직장 선배의 소개로 다른 치과에 들린 김씨는 진단해 봐야 알겠지만 치아를 살릴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만일 실패할 경우는 어쩔 수 없겠지만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 시도해 보자는 말에 그래도 가슴을 쓸어내렸다.

사실 치아가 썩은 경우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며, 임플란트는 그 최후의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방법이 복잡하다 보니 처음부터 임플란트 식립을 권하는 치과도 없지는 않다.

다양한 ‘자연치아 살리는 방법’에 대해 에스플란트치과병원 의료진의 조언을 통해 알아본다.

◆ 신경치료로도 치아 살릴 수 있다

일단 치아가 썩었을 때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썩은 부분을 갈아 내고 ‘크라운’이라고 불리는 금속을 씌워 주는 것이다. 재료는 금이 가장 많이 사용된다. 그러나 이 방법은 속으로 썩었을 경우에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이때 두 번째로 사용하는 방법이 ‘신경치료’다. 충치가 발생하면 치아 안쪽에 있는 신경이 자극돼 상당한 통증이 생기는데, 이 괴사한 신경조직을 제거하고 주변에 염증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로 신경치료다. 신경 치료 후 약해진 치아를 보호하기 위해 위에 크라운을 씌우기도 한다.

에스플란트치과병원 덴탈케어센터 이종호 원장은 “일반적으로 신경치료라고 하면 단순히 신경을 죽이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은 감염된 치아신경을 철저히 소독하고 제거한 뒤 빈 공간을 치료재료로 메워주고 장기간 사용이 가능하도록 해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치아가 신경치료를 받기 전보다 치아가 약해지므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신경치료는 보통 2~7일 간격으로 3~4번 정도 받아야 하는데다 실패할 가능성도 있어 처음부터 뽑고 임플란트 시술을 원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래도 자연치아를 유지하는 것이 더 좋기 때문에 가능하면 시도해 보는 쪽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 치근단절제술, 치아재식술? 큰 병원에서만 가능하다는데...

신경치료가 실패했다고 해서 아직 포기할 필요는 없다. 다양한 치아 살리는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치근단 절제술’이 있다. 이 시술은 치아 속 신경관이 막혀 있거나 염증이 오래된 경우에는 신경 치료를 해도 세균이나 염증을 완벽하게 제거하지 못하는 경우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이다.

잇몸을 째고 치아 뿌리 끝을 2~3mm 잘라낸 뒤 세균과 염증을 없애고 약제를 넣어 치료하는 과정으로 진행되는데, 상당한 기술을 갖고 있는 보존과 전공 치과의사가 있어야 하며, 치아 뿌리를 정밀하게 볼 수 있는 미세 현미경, 초음파, 무균시설 등 관련 장비와 시설이 있어야 시술이 가능하므로 대부분 대학 치과병원에서 시술이 가능하다.

다만, 잇몸병이 심하거나 치아 뿌리에 금이 가 있으면 치료하기 어렵다. 입 속 깊은 곳에 있는 어금니의 경우는 치아 뿌리가 깊은데다 주변에 중요한 신경이나 혈관이 지나가므로 ‘치아재식술’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 임플란트,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이유

위의 방법들을 다 적용해도 치료가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비로소 임플란트를 심게 된다. 그러나 임플란트도 성공률을 높이려면 가능하면 최신 기술이 적용 되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조금이라도 실패율을 줄이는 방법이다.

현재 가장 최신 기술은 3차원으로 치조골 내부까지 촬영한 뒤 가상 시술을 한 뒤 임플란트를 심는 ‘아나토마지 가이드 임플란트 수술법’이다. 미리 위치, 크기를 3D 시뮬레이션으로 결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아나토마지 가이드(수술용 가이드)를 이용해 임플란트를 심으므로 수술 시간이 90분 안에 최대 10개까지 심을 정도로 짧고 회복도 빠르다.

그러나 그 어떤 시술방법도 결국 본래 가지고 있던 것보다는 못하다는 것이 대부분 치과의사들의 지적이다. 즉 자연치아를 최대한 살리는 방법을 찾는 것이 치과의사와 환자 모두의 최선이다.

에스플란트치과병원 임플란트센터 노현기 원장은 “과거에는 2차원 화면인 엑스레이 촬영으로 시술 부위를 판단한 뒤 잇몸을 절개해서 확인 후 시술을 하다 보니 과거에는 잇몸 뼈의 위치나 남은 뼈의 양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를 얻기 힘든데다 의사가 눈으로 잇몸뼈를 일일이 찾아보면서 수술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환자는 출혈과 통증으로 인해 괴로움을 겪어야 했지만 덴탈CT가 등장한 후 많은 문제가 해결됐다”면서도 “그러나 어떤 임플란트도 아직은 자연치아보다 못하다. 무조건 임플란트를 심기 보다는 살릴 수 있는 노력을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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