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혐의 임채정 비서관, 1998년 보안법 구속 전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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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왕재산’ 간첩단 사건으로 구속된 사람 중 임채정 전 국회의장의 정무비서관을 지낸 이모씨가 국회와 정당의 동향을 ‘왕재산’에 보고해 왔다고 정부 관계자가 9일 밝혔다. 이씨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6월부터 국회의장 정무비서관을 2년 가까이 지냈다. 정부 관계자는 “이씨가 국회의장 정무비서관 신분으로 여야 대표 등의 유력 정치인들을 만난 뒤 ‘정권교체 가능성’ 같은 정보를 왕재산에 제공해 왔다”고 말했다. 이씨는 1998년 ‘D출판사’ 사장을 지낼 당시엔 국가보안법상 이적 표현물 제작·반포 혐의로 구속된 적도 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그런 이씨를 정무비서관으로 기용했던 임 전 의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씨는 (공식) 업무 외엔 전혀 나하고 (개인적) 접촉이 없었던 사람”이라며 “(수사기관의) 발표밖에 없는 상황에서 내가 뭐라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선 이 사건을 1974년 ‘귄터 기욤 사건’에 비유하며 임 전 의장의 ‘책임론’을 거론하기도 한다. 귄터 기욤 사건은 슈타지(동독의 국가보안국) 요원이던 귄터 기욤이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의 비서로 근무하다 발각되자 브란트 총리가 사임한 사건이다. 한나라당 김기현 대변인은 “북한 정권이 대한민국 국회에까지 손을 뻗쳤다면 매우 심각한 사건”이라며 “민주당과 임 전 의장의 공식적인 해명과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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