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환방패 3110억 달러 … “제2의 금융위기는 없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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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위기에 ‘코리아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가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한국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급등하고 원화가치는 떨어졌다. 8일 한국 정부가 발행한 외화채권에 대한 CDS 프리미엄(5년 만기 기준)은 1.36%로 전날보다 0.21% 올랐다. 이는 지난해 6월 11일(1.37%)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달러당 원화가치도 전날보다 5.60원 내린 1088.10원에 마감했다. 원화가치는 6일 연속 하락해 6월 16일(1089.90원)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리아 리스크가 커지고 있지만 2008년과 같은 외환위기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3년 전에 비해 단기 외채는 줄고 외환보유액은 700억 달러가량 늘었으며 기업 이익도 크게 증가했다”며 “한국의 ‘외환 방패’는 튼튼하다”고 말했다.

한편 9일(현지시간) 미국 다우지수는 0.84% 오름세로 출발했다.

 9일 국내 증시는 급등락을 반복했다. ‘서울 쇼크’가 ‘유럽 쇼크’로, 다시 ‘뉴욕 쇼크’로 이어진 뒤 다음날 ‘서울 쇼크’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전날 다우지수가 5.5% 급락한 쇼크는 서울 증시에 그대로 반영됐다. 이날 코스피 시장은 19분 만에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선물가격이 5% 이상 하락하자 한국거래소는 5분간 프로그램 매매를 정지했다. 4분 뒤(9시23분)엔 코스닥 시장에서 선물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CB)가 발동됐다. 이틀 연속 사이드카와 CB가 발동된 것은 2008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외국인투자자가 1조1717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면서 개인투자자도 한때 ‘팔자’에 가세했다. 11시21분엔 184.77포인트(9.87%)가 하락, 하루 만에 사상 최대 하락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때까지 시장은 ‘패닉’ 그 자체였다. 시가총액 상위 180위까지 오른 종목이 하나도 없을 정도였다. 3년간 주식투자를 했다는 정모(35)씨는 “오전 11시가 지나 1700선마저 깨지는 것을 보고 모든 주식을 팔아치웠다”며 “30% 넘게 손해를 봤다”고 말했다.

오후 들어 흐름이 바뀌는 ‘전약후강(前弱後强)’도 반복됐다. 이날 코스피는 낙폭을 크게 줄이며 전날보다 3.64% 내린 1801.35로 마감했다. 최석원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를 “급락에 따른 공포와 공포 이후의 급등을 경험한 학습효과의 힘겨루기”로 분석했다. 그는 “장 초반엔 공포가 시장을 지배해 투자자들이 일제히 팔자에 나서면서 주가가 급락한다”며 “하지만 장 후반이 되면 금융위기 이후 급반등을 경험한 연기금과 수퍼리치 등 투자자들이 ‘사자’에 나서면서 주가가 반등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도 오후 들어 연기금이 ‘사자’로 나서면서 낙폭이 줄어들자 개인 투자자들이 뒤따라 주식을 사들이는 일이 되풀이됐다. 개인 투자자는 이날 1100억원어치 이상 주식을 사들였다. 연기금도 5000억원 이상 매수했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장기 투자를 주로 하는 연기금들엔 주가가 급락할 때가 저가 매수의 기회”라며 “대부분 연기금이 투자 한도를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창규·허진 기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9월 15일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에서 시작된 경제위기다. 부동산 가격 하락 등으로 촉발된 리먼 등 금융사 부실화의 파장은 전 세계로 급속히 확산됐고,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이어졌다. 우리나라는 당시 외화 조달이 막힌 데다 외국인 투자자금까지 빠져나가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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