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마켓코리아, 글로벌 기업에 팔면 동반성장 역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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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삼성이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자회사인 아이마켓코리아를 매각하기로 한 데 대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갈등만 심화하는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소기업연구원은 9일 ‘삼성의 MRO 계열사 지분 매각과 시나리오별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사업 철수는 시혜적 차원의 기금 출연 방식에서 탈피해 진일보한 동반성장의 해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또 다른 대규모 자본으로 소유권만 바뀔 경우 대·중소기업 간 갈등은 오히려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MRO 기업이 아이마켓코리아를 인수한다면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 연구원 측은 “동반성장은 국내에서만 조성된 사회 분위기로, 글로벌 기업이 사업 영역을 침해하거나 아웃소싱처를 해외로 돌릴 경우 이를 제재할 수단이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모펀드가 아이마켓코리아를 인수하면 납품 단가 인하와 중소기업 영역 침해 문제가 외려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았다. 단기적 투자 이익을 중시하는 사모펀드가 비용 절감을 위해 납품단가를 혹독하게 후려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아이마켓코리아를 인수하는 방안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회사를 매각하는 취지에는 잘 맞으나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어렵고 중소기업 간 대립과 분쟁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연구원 측은 무엇보다 “중소기업 컨소시엄이 인수한다 해도 대기업 집단으로 분류될 수밖에 없는 근본적 한계와 문제가 온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원 측은 “그럼에도 매각 절차의 기본 원칙은 지분 인수 집단에 반드시 중소기업의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는 점”이라며 “글로벌 기업이 인수할 경우 동반성장을 수행할 수 있는 기업을 최우선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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