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섬의 피터팬’ 강우현, 새 둥지 찾아 떠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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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팬이 새로운 네버랜드를 향해 날갯짓을 시작했다.

 강원도 춘천 남이섬을 한류관광 1번지로 일군 강우현(58·사진)씨가 이달 말 남이섬 대표이사를 그만둔다. ㈜남이섬 대표이사를 맡은 게 2001년 9월이니까 정확히 10년을 채우고 그만두는 것이다.

 그는 최근 2∼3년 과로에 시달렸다. 2009년 7월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취임하면서 일주일에 이틀씩 경기도 이천 한국도자재단에 출근했고, 나머지 이틀은 서울 인사동 남이섬 사무실에서 보냈으며, 나머지 사흘은 남이섬에 들어갔다. 해마다 세계책나라축제를 열면서 전 세계 동화작가들과도 수시로 교류를 해야 했다.

여기에 지난달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을 2년 연임하게 된 게 결심을 굳히는 계기가 됐다.

 강씨는 이후 계획에 대해 “다른 남이섬을 찾아 떠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들려준 계획이 ‘리모밸리(Rimovally)’ 건설이다. 리모밸리는 강(River)·산(Mountain)·골짜기(Valley)를 뜻하는 영어 단어를 조합해 만든 말로, 남이섬처럼 자연과 문화가 어울어지는 관광단지다. 대신 남이섬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 새로운 남이섬은 최소 300만 명 수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실 강씨는 9일 사의를 밝히기 한참 전부터 제2의 남이섬 부지를 찾아 돌아다녔다. 제주도부터 강원도·경기도·충청북도까지, 심지어는 헬기를 타고 부지를 보기도 했다. 이 모든 게, 남이섬의 성공이 부러웠던 전국 지자체의 부탁 때문이다. “제2의 남이섬 장소는 정했냐”는 질문에 그는 “그건 아직 말할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10년 전 동화작가이자 그래픽 디자이너 강우현이 남이섬 대표이사에 취임할 때 월급은 단돈 100원이었다. 대신 그는, 빈 소줏병 뒹구는 ‘향락지’였던 남이섬을 개조하기 위한 모든 권한을 부여받았다. 이른바 ‘역발상 경영’이 시작된 것이다. 그는 법정 다툼을 불사하며 상인들을 쫓아냈고, 빈 소줏병을 모아 조형물을 만들었고, 종신고용제를 도입했다.

2006년부터 매해 1년 입장객 200만 명을 넘겼고, 그 중의 10∼20%를 외국인이 차지했다.

 강씨는 9일 오후 불쑥 전화를 걸어와 사의를 밝혔다. 대뜸 하는 말이 “이달 말까지만 남이섬 대표를 맡는다”였다. “아예 남이섬과 연을 끊는 것이냐”고 묻자 “나는 대표만 그만둔다고 말했다”고 예의 짓궂은 말투로 답했다. 남이섬 관계자에 따르면 강씨는 대표에서는 물러나지만 어떤 형태로든 남이섬을 돕기로 했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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