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무상급식 반대하면서 무상보육 하자는 게 맞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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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오른쪽)가 8일 나경원 최고위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나 최고위원은 무상보육 확대에 대해 의원총회 개최를 주장했다. [오종택 기자]

한나라당 유승민 최고위원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하는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반대했다. 그간 그는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을 국가가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이 요구하는 서울시의 전면 무상급식 시행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주민투표를 실시해 서울시민의 찬반을 묻겠다는 오 시장보다는 민주당 편을 든 셈이다. 그런 그가 8일 오 시장을 위하는 발언을 했다.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유 최고위원은 “오 시장이 발의해 실시되는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해 오 시장을 지지하기로 했던 한나라당이 무상보육에 대해 굉장히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면 국민이 과연 우리 당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보기에는 급식과 보육이 별 차이도 없는데 당 지도부가 왜 이렇게 모순된 입장을 보이는지 국민들이 혼란스러워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날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0~4세 무상보육’을 추진하겠다고 한 걸 비판하는 발언을 한 것이다.

유 최고위원이 이런 말을 한 것은 서울시 주민투표(24일)에서 민주당과 대결해 이겨야 할 상황에서 한나라당 지지층에 혼선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황 원내대표의 발언은 공짜 점심의 전면적 시행을 막으려는 오 시장, 주민투표일이 잡힌 만큼 싫든 좋든 민주당을 꺾어야 하는 한나라당의 힘을 빼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유 최고위원은 본 것이다.

 황 원내대표는 회의 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급식과 의료는 개념적으로 복지 분야로 개인과 부모가 책임지는 성향이 강하고 보육은 교육의 개념으로 국가가 부담해야 할 분야”라며 “급식과 보육은 프레임이 다르다. 다른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에선 “ 지금 그런 말을 하면 서울시민들이 ‘무상보육은 되고, 무상급식은 안 된다는 말이냐’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는 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글=신용호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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