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니 “미국 더블딥 막는 건 미션 임파서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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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둠’ 누리엘 루비니(52) 미국 뉴욕대 교수(경제학)가 “미국의 더블딥을 막는 일은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이라고 8일(한국시간) 주장했다. 이날 블룸버그 통신과 인터뷰 그리고 파이낸셜 타임스(FT) 칼럼을 통해서였다.

 루비니의 표현은 단정적일 때가 많다. 그는 “내가 마카로니 잉글리시(이탈리아식 영어)를 사용해 완곡어법에 서툴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이날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도 그는 예의 단정화법으로 말했다. 그는 “앞으로 1년 안에 미국이 더블딥(경기회복 뒤 침체)에 빠질 확률은 50% 이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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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비니는 최근 미 고용시장 희소식이 의미 없다고 평가했다. “(이달 5일 발표된 신규 취업자수와 실업률 등) 고용지표는 참 부실해(pretty lousy) 미덥지 않다”며 “잘못된 이유 때문에 실업률이 6월 9.2%에서 7월 9.1%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런 자료를 근거로 미 경제의 앞날을 긍정적으로 봐선 안 된다는 말이다.

 그는 “미 정부가 더블딥을 막기 위해 ‘현재’ 쓸 수 있는 정책수단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미 정부가 재정을 동원하려고 해도 부채 협상 때문에 불가능하다. 오히려 긴축해야 한다. “3차 양적 완화(QE3)를 할 수 있지만 달러를 찍어 푸는 규모가 고작 2000억~3000억 달러(약 212조~318조원)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2차 양적 완화는 6000억 달러였다. 여기에다 미 정부의 경기부양 1조 달러가 곁들여졌다.

 루비니는 “3차 양적 완화 효과는 아주 작을 것(extremely small)”이라며 “그 결과 또 다른 침체를 막는 일은 ‘미션 임파서블’”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침체를 막기 위한 노력까지 포기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루비니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미 신용등급 강등은 성급한 일”이라며 “앞으로 미 정부가 서둘러 재정지출을 줄이려 덤빌 텐데 그래서는 안 된다”고 권고했다. 대신 “단기적으론 재정 지출을 늘리고 3~5년 뒤에 재정 지출을 줄이려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유럽의 양적 완화 공조도 권했다. “양적 완화 효과가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서방 중앙은행들은 돈을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루비니는 고국 이탈리아의 앞날도 암울하게 봤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부채 위기 초기 증상에 시달리고 있다. 두 나라 국채 값이 급락하면서 수익률이 급등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화를 동원해 두 나라 채권을 사들여 주기로 했다. 루비니는 “ECB의 국채 매입이 오래갈 순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탈리아는 그리스나 포르투갈이 절대 아니다”라며 “이탈리아 덩치가 너무 커 구제하기 힘들 것”으로 봤다. 또 “현재 글로벌 부채 위기는 유동성 위기(일시적 자금 부족)이면서 동시에 지급불능 상태”라며 “채권자와 채무자가 머리를 맞대고 채무구조조정(워크아웃)을 벌여야 해결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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