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화천 찰 토마토 … 해발 600m 고원이 기른 여름 선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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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7면

토마토는 여름 채소다. 화천 ‘찰토마토’도 9월 하순까지 출하되지만 지금이 가장 맛이 좋다.


토마토의 계절이다. 요즘엔 겨울에도 온실 재배 토마토를 먹을 수 있지만 뜨거운 햇볕을 듬뿍 받고 익은 여름 토마토가 제일 맛있다.

맛뿐 아니라 영양소도 더 풍부하다. 여름철 직사광선을 한껏 쪼이면 항산화 및 항암 성분인 리코펜의 생성이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준 만병통치 자연식품이라 불릴 정도로 다이어트 식품이나 건강식품으로 가장 먼저 손꼽히는 게 토마토다.

유독 속이 꽉 차고 차져서 ‘찰토마토’로 불리는 강원도 화천 토마토도 한여름에 나온다. 해발 600m 고원의 붉은 여름 과채를 맛보러 화천으로 떠났다.

글=윤서현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 1만㎡ 농장에서 하루에 1.5t 수확

갓 딴 신선한 토마토에서는 풋풋한 향이 난다.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광덕리의 80농가가 하루에 수확하는 토마토의 양은 50~60t에 달한다.

오전 9시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광덕리에 있는 한 토마토 농장. 비닐하우스 입구마다 박스 수십 개가 쌓여 있다. 들여다보니 박스 안에 갓 딴 토마토가 가득 차 있다.

 “새벽 5시부터 작업을 했는데 두 시간은 더 해야 끝나요.”

 최창열(50)·박미성(47)씨 부부와 아들 최원석(25)씨가 토마토를 수확하느라 분주하다. 이들을 돕고 토마토 이야기도 들을 겸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갔다. 순간 로즈마리나 페퍼민트 향 같은 풋풋한 향기에 기분이 상쾌해진다. 손으로 토마토 잎을 문질러 코에 갖다 대니 향긋하다. “어휴, 그러면 손에 녹색 물이 들어서 안 지워져요!” 박씨의 말에 깜짝 놀라 손을 펼쳐 보니 어느새 손가락 끝이 녹색으로 변해 있다.

 비닐하우스 안은 지주에 묶어 고정시킨 토마토가 빼곡했다. 가지마다 매달려 있는 것은 새파란 토마토뿐. 멀뚱멀뚱 서 있는데, 최 씨가 “빨갛게 익은 토마토를 따는 줄 알았죠? 저도 처음 토마토 농사지을 때는 그랬어요. 근데 이렇게 배꼽에 분홍빛이 살짝 돌 때 따야 해요.” 토마토는 익는 속도가 빨라 시장에 가장 맛있는 상태로 나가려면 덜 익은 것을 따야 한다는 게 최씨의 설명이었다. 세 사람이 1만㎡ 의 농장에서 여섯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작업한 이날의 총 수확량은 1.5t에 달했다.

# 속이 꽉 차고 차진 찰토마토

현재 사내면에선 80개 농가가 토마토를 재배하고 있다. 사내면에 있는 토마토 농장 면적은 40만㎡(약 12만 평)에 이른다. 이 마을에서 토마토 재배를 시작한 것은 1991년이다. 이때 최씨를 포함해 모두 다섯 농가가 시범적으로 토마토 농사에 뛰어들었다.

 “그 전까진 주로 감자랑 옥수수를 심었었죠. 감자·옥수수로는 큰 돈벌이가 안 되니까 토마토와 오이·호박을 경제작물로 재배해 본 거예요. 그런데 희한하게도 토마토가 유난히 차지고 맛이 좋더라고요.”

 사내면은 화악산·백운산·두류산 등으로 둘러싸인 고원 분지다. 그래서 일교차가 크다. 특히 여름에는 밤 기온이 뚝 떨어진다. 이러한 자연환경이 여름 토마토 생산에 최적의 조건을 조성한다. 고지대인 데다 큰 기온 차가 토마토의 육질을 더욱 단단하게 키우는 것이다. 게다가 모래와 자갈이 많은 토질은 물 빠짐이 좋아서 물 조절이 관건인 토마토를 달고 단단하게 한다. 똑같은 품종이라도 이 지방에서 키운 토마토는 특히 속이 꽉 차고 차지며 당도가 높아 ‘화천 찰토마토’라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생산량으로 따지면 화천보다 춘천·정선·횡성 등이 월등히 앞선다. 그러나 5㎏ 상자 기준으로 화천 찰토마토가 5000원 정도 더 비싸다. 박씨는 그 맛의 비결로 자연조건과 함께 마을 주민의 노력을 꼽는다.

 “다른 지역은 이모작이지만 우리는 ‘일모작’이에요. 화학비료는 일절 쓰지 않고요. 우리처럼 토마토에 전력을 쏟는 데는 없을 거예요. 우리한테는 토마토밖에 없어요.”

# 화천 토마토에 빠지다

고백한다. 기자는 토마토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주스를 마셔도 포도나 사과·오렌지 주스는 자주 찾았지만, 토마토 주스를 고른 적은 거의 없었다. 샐러드나 소스에 들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토마토만 따로 사 먹지도 않는다. 그래서 박씨가 갓 딴 토마토라며 권할 때에도 사실은 그리 반갑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화천 토마토에 완전히 반했다. 우선 칼로 잘라낸 토마토에서 즙이 흘러내리지 않는 것도 신기했다. 한 조각 먹어보니 새콤하면서도 짭조름하고 단맛이 났다. 여느 토마토와는 확실히 달랐다. 맛이 진하고 차지며 껍질도 부드러웠다. 절로 손이 또 갔다. 카프레제 샐러드(토마토와 생 모차렐라 치즈, 바질로 만든 이탈리아식 샐러드)도 아니고, 꿀 한 숟가락도 뿌리지 않았는데 생 토마토를 세 개나 먹은 건 처음이었다.

● 화천 찰토마토 구입 요령 사내면의 모든 토마토는 ‘화악산 토마토 선별장’으로 보내진다. 아침에 각 농가에서 수확한 토마토는 이곳에서 크기·무게·완숙도 등에 따라 7개 등급으로 분류되고 포장돼 그날 오후 전국 각지로 배송된다. 선별장을 통해 화천 찰토마토를 택배로 주문할 수 있다. 찰토마토(5㎏) 2만원. 033-441-4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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