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여유냐, 오붓한 저녁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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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오붓한 저녁을 보낼 것이냐, 여유로운 아침을 즐길 것이냐.

 요즘 유연근무제를 신청하는 과천 관가 공무원들의 고민이다. 유연근무제는 자신의 여건에 맞게 출퇴근시간을 자유롭게 정하는 근무제도다. 지난달 27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하는 유연근무제를 실행하면서 최근 신청자가 급증하고 있다.

 7일 재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5일까지 재정부에서 총 31명의 공무원이 유연근무제를 새로 신청했다. 이로써 재정부에서 유연근무제를 신청한 공무원은 123명이 됐다. 채 열흘도 안 되는 기간에 신청자가 33.7%나 증가한 것이다.

 신규 신청자 대부분은 ‘8시 출근, 5시 퇴근’ 또는 ‘8시30분 출근, 5시30분 퇴근’을 택했다. 장관 비서실 직원 13명 전원을 비롯해 차관·차관보·국장 등 주로 장관과 자주 얼굴을 맞대는 고위직이 많다는 게 재정부의 귀띔이다.

 기존에 유연근무제를 신청한 공무원은 대부분 예산실 소속이다. 이들은 박 장관과는 달리 ‘10시 출근, 7시 퇴근’ 형태를 선택했다. 이는 예산 심의 기간에 밤샘 근무를 하는 경우가 많아 오전에 일찍 출근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진 공무원들의 유연근무제 동참이 활발하지는 않은 편이다. 한 재정부 공무원은 “상사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에 용기 있게 업무시간을 조절하는 게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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