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7이닝 단 1실점 … 나, 배영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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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프로야구 삼성의 최고참 선발투수 배영수(30·사진)는 땀을 비 오듯 흘렸다. 7일 오후부터 부산 사직구장에도 세력을 미치기 시작한 9호 태풍 무이파의 강한 바람도 12년차 베테랑 배영수의 볼에 흐르는 땀을 말리지 못했다. 물러설 곳 없는 운명의 한판. 그러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왕년의 에이스는 보란 듯이 시즌 최고의 투구를 하며 ‘생명 연장’에 성공했다. 7이닝 5피안타 1실점. 새 외국인 투수 2명의 도전을 막아내기에 충분했다.

 경기 전 류중일 삼성 감독은 “새로 가세한 외국인 투수 덕 매티스가 첫 경기를 잘 소화한 상태에서 또 다른 투수 저스틴 저마노까지 들어오면 선발 투수만 7명이다. 6인 로테이션을 쓴다 해도 한 명은 2군으로 내려가거나 불펜으로 보직을 옮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최고참인 배영수가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가장 컸다.

 이날 전까지 배영수의 성적은 5승6패, 평균자책점 5.85였다. 차우찬·장원삼·윤성환·정인욱 등 나머지 4명보다 뒤떨어진다. 지난달 30일 LG전에선 4이닝 8실점(5자책점)으로 무너져 패전의 멍에를 쓰기도 했다. 후반기 들어 호투를 거듭하는 삼성 선발투수 6명 중 유일하게 부진했다. 왕년의 에이스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기회를 계속 보장해 주던 류중일 감독의 인내에도 한계가 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위기의 배영수는 8개 구단 최강이자 올 시즌 자신에게 2이닝 만에 2점을 뺏어간 롯데 타선을 맞아 1회부터 고전했다. 선두타자 전준우에게 우익수 앞 안타를 맞았고 김주찬을 포수 뜬공으로 잡은 뒤 손아섭의 2루수 땅볼 때 전준우에게 2루를 허용했다. 다음 타자는 홈런 1위·타격 2위의 거포 이대호. 유독 1회에 실점이 잦은 배영수는 이미 땀으로 온몸이 젖었다. 숨을 고르고 모자를 고쳐 쓴 배영수는 볼카운트 1-3에서 정면 승부를 걸어 이대호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고 1회를 마무리했다.

 배영수는 2회부터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했다. 6회까지 2피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직구 최고 시속은 143㎞로 빠르지 않았지만 포수 현재윤이 요구한 곳에 정확하게 꽂혔고, 직구와 같은 궤적으로 날아가다 홈 플레이트에서 살짝 떨어지는 체인지업이 타자의 타이밍을 뺏었다. 7회 2사 뒤 강민호에게 솔로홈런을 맞은 게 유일한 흠이었다. 타자들도 배영수를 도왔다. 1회 채태인과 최형우가 1타점씩 올리며 배영수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6회 2사 2루에서 터진 현재윤의 1타점 적시타는 배영수의 승리를 굳히는 한 방이었다.

 배영수는 자신의 4연패를 끊으며 시즌 6승째를 올렸다. 베테랑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삼성의 1위 질주에 한몫해 다음 선발 등판 기회를 보장받았다. 배영수는 “컨디션은 별로였지만 컨트롤이 좋았다”면서 “팀 내 선발 경쟁이 치열한데 잘 던지는 투수가 많이 나가는 건 당연하다고 본다. 꾸준히 잘 던지는 데 집중하겠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2위 KIA는 선발투수 서재응의 5와3분의2이닝 무실점 호투와 이범호의 2타점 2루타에 힘입어 SK를 6-1로 완파하고 2연패에서 벗어났다. SK는 4연승 행진을 멈췄다. 최하위 넥센은 두산을 3-0으로 완파했다. 2년차 선발투수 문성현이 자신의 한 경기 최다인 7이닝을 던지며 2피안타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한화는 김경언의 만루홈런을 포함해 16안타를 터뜨리며 LG에 11-4의 대승을 거뒀다.

부산=김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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