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때 만나보니 전업주부가 부러워’…직장맘 ‘바캉스 사표’ 잠깐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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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바캉스 객사’를 조심하라. 자기계발 강사 김미경(47·사진) 더블유인사이츠 대표가 일하는 엄마들을 향해 경계경보를 내렸다. 여름휴가를 다녀온 직후, 바로 요즘 같은 시기가 일하는 엄마의 갈등이 가장 심각할 때란 것이다.

“휴가 때 친척·친구들 만나면서 전업주부에 대한 부러움이 한껏 커졌을 거예요. 전업주부들, 일단 외모부터 곱죠. 부동산 정보, 학원 정보를 꿰고 있으면서 재테크도 잘하고 애도 잘 키웠다죠. 갑자기 직장여성 모습이 초라해 보이게 마련이에요. 직장생활, 고생스럽기만 하고 남는 것도 없고…. 에잇, 관두자란 결심을 하기 쉬울 수밖에요.”

하지만 김 대표는 “섣불리 그만두지 말라”고 조언한다. 나이 서른 넘어 재취업은 쉽지 않고, 돈이 아쉬워 ‘알바’로 찔끔찔끔 일하다 보면 직업인으로서의 커리어는 끝난다는 것이다. 이른바 ‘직업 객사’다. 최근 직장여성을 위한 자기계발서 『언니의 독설』을 펴낸 김 대표에게 ‘객사’ 위기를 넘길 방법을 물었다.

-왜 그만두지 말라는 건가. “지금 그만두면 다시는 못 돌아온다는 걸 기억하라. 직장생활 기왕 시작했으면 45~55세에 회사에 다녀야 남는 게 있다. 직급도 올라가고 인간관계의 폭도 한층 넓어진다. 돈도 그때 벌어야 모인다. 그 전에 번 돈은 살림 늘리고 애 키우며 다 쓰게 된다. 그런데 너무 많은 여성이 30대 중반부터 40대 초반 사이에 일을 놓아버린다. 남편이나 애들은 이미 일하는 아내, 일하는 엄마에 다 적응된 상태인데 스스로 지쳐서 그만두는 것이다. 그동안의 고생이 그냥 고생으로만 끝나버리는 게 안타깝다.”

-그렇다면 무조건 계속 직장생활을 해야 한다는 건가. “아니다. 자신의 성향이 집에서 받는 관심만으로 충분히 행복한 사람이라면 전업주부로 사는 게 맞다.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내가 어느 곳에서 관심을 받아야 기쁜지, 내 정체성과 자존감을 어디서 얻을 수 있는지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자신의 성향이 사회생활을 통해 만족감을 얻는 쪽이라면 일을 즐겁게 해라. 누구 때문에 일하고 누구 때문에 돈 번다는 말 필요 없다. 자기 좋아서 일하고 그렇게 일해서 번 돈을 가족과 나누는 것 아닌가. 동정표 얻으려고 죽는소리 하지 마라.”

-직장생활에 살림과 육아까지, 일하는 엄마가 힘든 건 사실이다. “그러니까 결혼 직후부터 ‘세팅’을 잘해야 한다. 사람은 습관만큼 행복해진다. 남편도 우리 집 사람인데 우리 집 일을 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 싸워서라도 같이 집안일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아이도 혼자 냉장고에서 반찬 꺼내 밥 차려 먹도록 강하게 키워라. 제사나 가족 생일 등 집안 대소사도 선별해 챙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가족들에게 절대 미안해 하면 안 된다. 스스로 당당해야 가족들도 아내의 일, 엄마의 일을 존중한다. 직장과 가정을 모두 챙겨야 하는 ‘워킹맘’의 부담은 당연히 크다. 하지만 그렇게 두 배로 능력을 발휘하며 산다는 게, 두 배로 가치 있는 인간으로 사는 것 아니겠나.”

-아이교육 문제 앞에서 직장여성의 고민은 가장 깊어진다. “자녀교육은 장기전이다. 자녀는 오랜 기간 부모의 영향을 받는다. 단기적으로 공부를 봐주고, 간식을 챙겨주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게 부모의 삶 자체다. 부모가 긍정적으로, 진취적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게 자녀교육에도 도움이 된다.”

글=이지영 기자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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