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경제] 왜 열린 경제를 해야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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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경제' 라는 말을 들어보았나요. 요즘 우리나라 기업 중 다른 나라에 공장이나 회사를 갖고 있는 곳이 많답니다.

이 기업들은 '세계 1등 제품을 만들겠다' 며 각오가 대단하지요. 그런가 하면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마음대로 건물이나 땅을 사들일 수 있고요. 미국 돈으로 계산하는 우리나라 돈값(환율)도 수시로 변한답니다.

물건을 만들어 팔고 사는데 나라간 울타리가 없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이지요. 바로 이런 것을 두고 '열린 경제(개방경제)' 라고 한답니다.

불과 몇년 전 까지만 해도 상품을 다른 나라에 팔고 사오는데 여러가지로 불편한 게 많았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이것을 '닫힌 경제' 라고 불렀답니다.

얼 마 전 정치인들이 바로 이 문제를 놓고 입씨름을 벌였지요. 한쪽에서 '외국 투자자들이 우리 경제의 단물을 빼먹고 있다' 고 주장하자 다른 쪽에서 '외국인 투자는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된다' 며 맞섰답니다.

바로 이 '열린 경제' 를 놓고 벌어진 다툼이죠.

넓은 농토를 가진 미국과, 임금이 싸고 기술이 뛰어난 독일이 있다고 합시다.

미국은 기계를 만드는 데 1백원이 들고, 밀은 50원에 재배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독일은 정반대로 밀농사는 1백원이 들고 기계를 50원에 만들 수 있다고 합시다.

미국과 독일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미국은 50원 어치의 밀을 독일에 팔고 그만큼 기계를 수입하는 게 이익이지요. 그러면 미국으로선 수출과 수입, 즉 무역을 통해 자기 나라에서는 1백원이 들어가는 기계를 50원에 살 수 있어 50원의 이익이 생깁니다.

독일도 1백원이 들어가는 밀을 미국에서 50원에 들여올 수 있어 역시 50원을 남길 수 있습니다.

두 나라가 각각 상대국보다 더 싸게 만들 수 있는 물건을 생산해 서로 바꿈으로써 양쪽 모두 이익이라는 얘기지요.

이런 이유로 멀리 떨어진 나라와 물건을 사고 파는 무역을 합니다.

어떤 나라는 노동력이 풍부해 품삯이 싸고, 어떤 나라는 기술이 뛰어나고, 여러가지 천연자원이 매장되어 있는 나라도 있습니다.

원유가 많은 중동국가는 원유를 수출하고, 인구가 많고 임금이 싼 중국과 인도는 옷이나 신발같은 상품을 만들어 수출하지요. 또 유럽과 일본 등 돈이 많은 나라는 큰 돈이 들어가는 공장과 설비를 이용해 자동차를 만들어 내다팔고, 대신 원유와 의류.신발을 수입하는 것이랍니다.

무역은 이처럼 자기 나라의 장점을 살린 상품을 사고 팔면서 이익을 얻는 것입니다.

그 덕분에 지난 1백년동안 세계의 무역은 빠른 속도로 크게 늘어났습니다.

무역규모가 커지면 소비자들도 대부분 혜택을 봅니다. 국내 기업이 외국 기업과 경쟁하면서 더 좋은 제품을 싸게 팔기 때문입니다.

물론 다른 나라와의 거래가 항상 그 나라에 도움이 되는 것만은 아니랍니다.

수입품이 질이 좋고 가격도 싸 인기를 얻으면 경쟁 상품을 만들던 국내 기업은 망하고 여기서 일하던 사람은 일자리를 잃게 됩니다.

이 물건을 수입한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벌지만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은 더 어렵게 되지요.

여러분은 혹시 덤핑(Dumping)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상품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생산비용)보다 더 싼값에 수출하는 것을 말합니다.

덤핑을 하는 기업도 손해를 볼 리는 없지요. 싸게 수출하면서 생기는 손해를 메우기 위해 국내 소비자에게는 상대적으로 비싼 값에 물건을 팔게 됩니다.

기업이 다른 나라와 거래하다 보면 덩치가 갈수록 커진답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회사가 어느 곳인지 아세요. 바로 미국의 GM(제네럴모터스)이랍니다.

이 회사로선 1만대의 자동차를 만드는 것보다 1백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것이 자동차 한대에 들어가는 비용이 적게 들어갑니다.

생산량(규모)이 많을수록 상품 하나에 들어가는 비용이 줄어드는 현상을 '규모의 경제' 라고 하지요.

GM은 더 큰 이익을 내기 위해 자동차 생산을 더 많이 하고, 덩달아 수출도 늘어나게 됩니다.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한 기업들은 살아남기 힘들어지고 그 결과 몇개의 덩치 큰 기업들만 세계 시장을 주무르게 됩니다.

그렇다고 무역이 계속 늘어나기만 할까요. 물론 줄어든 때도 있었답니다.

시계를 1930년으로 돌려볼까요.

당시 미국의 정치인들은 농산물이 많이 수입되는 바람에 자꾸만 떨어지는 미국의 농산물 가격을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수입 농산물에 붙는 세금을 올리는 방법을 생각해냈답니다.

관세(수입품에 매기는 세금)를 비싸게 하면 수입 농산물의 가격이 올라 자연히 미국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이 더 많이 팔릴 것이라고 생각한거죠.

그런데 결과는 전혀 엉뚱하게 나타났어요. 캐나다.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호주도 덩달아서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올렸거든요. 이들 나라 정치인들도 미국을 본떠 자기 농민을 보호한다며 관세를 높였답니다.

이처럼 서로 관세를 올려 다른 나라의 상품이 수입되는 것을 억제하는 것을 '보호무역주의' 라고 부릅니다.

바로 이 보호무역주의의 결과는 어땠을까요. 갑자기 전 세계의 무역량이 줄어들었답니다.

관세가 높아져 가격이 올라가는 바람에 외국 제품이 잘 팔리지 않았기 때문이죠.

미국 농민들은 결국 더 큰 고통을 받았답니다.

수출이 안돼 미국 농산물 가격은 더 떨어졌고, 논과 밭에서는 채소들이 버려진 채 썩어들어 갔습니다.

이익이 남지 않을 것 같아 농민들이 아예 수확을 포기했기 때문이죠. 관세를 올린 다른 나라 농민들도 마찬가지로 어려움을 겪었답니다.

열린 경제에서 이처럼 자기만 아는 엉뚱한 정책은 화(禍)를 부릅니다.

다행히 인류는 이런 실패에서 지혜를 배웁니다.

1930년대의 아픈 경험 때문에 1980년대와 1997년에 닥쳐온 두차례의 위기를 무난히 넘겼답니다.

1987년 10월 미국에서 주식 가격이 갑자기 뚝 떨어졌을 때, 선진국들이 서로 힘을 합쳐 미국 경제를 돕겠다고 약속해 위기에서 벗어났어요.

1997.98년 우리나라 경제가 위기에 빠졌을 때도 국제통화기금(IMF)이 큰 돈을 빌려주었고, 미국은 금리를 내리고 수입을 늘여 우리나라가 급한 불을 끄는데 도와 주었답니다.

열린 경제에서는 이웃 나라가 잘못되면 자기 나라에도 피해가 온다는 역사적 경험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국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수출을 늘인 덕분에 다른 나라보다 빨리 경제위기에서 벗어났습니다.

지난해 말에는 우리가 다른 나라에 갚아야 할 빚(외채)보다 외국으로부터 받아낼 돈(대외채권)이 더 많아졌답니다.

이처럼 열린 경제는 이익을 가져다 주지만 위험도 그만큼 높답니다.

수시로 변하는 환율을 틈타 외국의 투기꾼들이 설치고, 기업들도 세계적인 업체들과 경쟁을 해야 하므로 힘이 들 밖에요.

또 판단을 잘못해 필요없는 곳에 투자하거나 전망이 없는 기업에 돈을 빌려 주었다가는 하루 아침에 망할 수도 있지요. 외국 기업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없기 때문이죠. 그렇게 되면 실업자가 늘어나고, 금융기관과 기업이 외국에 헐값에 팔려나가게 된답니다.

우리의 아버지.어머니도 불과 2년전 이런 아픈 경험을 겪었답니다.

열린 경제 시대에 우리 모두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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