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 열받은 여야, 사법개혁 카드 다시 꺼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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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저축은행 국정조사특위가 5일 오전 기관보고 대상인 대검찰청 간부 6명이 모두 출석하지 않은 가운데 회의를 열고 있다. [오종택 기자]


검사들의 오만인가, 의원들의 횡포인가.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5일 원내대표 회담에서 지난 6월 활동이 종료된 국회 사법개혁특위를 재구성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위원도 여야 4명씩 동수로 구성하기로 했다.

 당초 사개특위 연장에 반대하던 민주당 지도부가 이날 입장을 바꾼 데는 대검의 국정조사 거부가 큰 영향을 미쳤다. 이날 저축은행 국정조사특위에 증인으로 채택된 박용석 대검 차장, 김홍일 대검 중수부장, 윤갑근 서울중앙지검 3차장, 성영훈 광주지검장, 박청수 울산지검장, 김진수 목포지청장 등 검찰 간부 6명이 모두 불참한 것이다.

 박 차장은 지난달 29일 특위의 대검 문서검증 때 “법정 이외의 장소에서 수사와 관련한 발언을 하긴 곤란하다”며 출석을 거부했다. 이에 특위의 여야 의원들은 대검을 기관보고 대상으로 추가 지정한 뒤 간부 6명을 증인으로 채택했지만 이들은 5일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변인은 “국조특위에서 잇따라 보여진 검찰의 태도를 지켜보면서 검찰 개혁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데 여야가 의견 일치를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개특위가 다시 구성되면 특별수사청 신설과 대검 중수부 폐지 등 현안을 집중 논의하게 된다. 하나같이 검찰이 강하게 반발하는 이슈들이다.

특위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해당 검사 6명을 국회 모독 혐의로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검사들을 검찰에 고발해봐야 소용이 없을 것으로 보고 경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 소속인 정두언 특위 위원장은 “여야 만장일치 의결 사항에 대해 행정기관이 응하지 않은 게 개탄스럽다”며 증인 6명에게 이날 오후 4시까지 국회로 나올 것을 요구하는 동행명령장을 발부하기도 했다. 국회가 현직 검사에게 동행명령을 내린 것은 2003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국회 사무처 직원 3명이 곧바로 대검을 찾아가 동행명령서를 전달했지만 검찰은 꿈쩍도 하지 않고 버텼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이 국회에 출석하지 않는 것은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일종의 관행”이라고 말했다.

글=김정하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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