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신 여동생 잉락 태국 첫 여성 총리 등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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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잉락 친나왓(44·사진)이 5일 의회에서 태국 사상 첫 여성 총리로 선출됐다. 그는 이날 오후 국왕의 재가를 받은 뒤 총리 업무를 시작했다. 새 내각은 다음 주 발표될 예정이다. 푸어타이당을 이끌고 지난달 총선에서 정권교체에 성공한 잉락은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막내 여동생이다. 탁신은 2006년 군부 쿠데타로 실각한 뒤 해외에 도피 중이다.

 기업인 출신으로 정치경력이 없었던 잉락은 ‘탁신당’이라 불리는 푸어타이당의 총리후보에 전격 발탁됐다. 그는 선거운동을 하면서 수려한 외모와 언변으로 인기를 끌어 일약 ‘태국 정계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탁신 전 총리의 정치기반인 도시빈민층과 농민의 절대적인 지지를 이끌어냈다.

 잉락 총리의 최대 과제는 탁신파와 반(反)탁신파로 갈라진 국민 분열을 해소하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 등 반탁신 세력이 정치활동이 금지된 탁신 전 총리가 선거에 개입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는 등 걸림돌이 많아 국민 화해의 길은 험난해 보인다.

 탁신 전 총리의 사면 문제를 놓고 양 진영의 대립이 재발할 가능성도 크다. 태국 군부는 여전히 반탁신 정서가 강하다. 그래서 국방장관 등 군 관련 요직의 인선작업이 잉락 총리의 첫 정치적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탁신의 꼭두각시’라는 꼬리표를 떼고 홀로서기를 할 수 있을지 여부도 주목된다. 잉락 총리는 “탁신이 내각 구성의 90% 이상을 마무리했다”는 현지언론의 보도를 부인했다. 하지만 탁신 전 총리가 내각 구성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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