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100일도 안 남았는데 … EBS 교재 또 오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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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한국교육방송공사(EBS)가 발행한 대학수학능력시험 대비 교재에 문제 오류와 오·탈자가 무더기로 발견돼 수험생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수험생 김모(19)양은 “올해 수능 시험이 100일도 채 남지 않았는데 이제 와서 교재가 오류투성이로 밝혀져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수능 연계 교재에서 오류가 발견된 것은 올해만 두 번째다. 지난해에도 수능 한 달 전에야 오류 556건이 발견돼 엉터리 답을 믿고 공부한 수험생들이 피해를 봤다는 비난이 있었다. <본지 2010년 10월 22일자 1, 8면>

 5일 EBS에 따르면 올해 수능 연계 교재에서 발견된 오류는 306건이었다. 언어 52건, 외국어 82건, 수리 35건, 사회탐구 49건, 과학탐구 88건 등이다. 특히 지난 5월 발간된 ‘고득점 외국어영역 330제(사진)’ 교재에서 오류와 오·탈자가 64건으로 가장 많이 발견돼 ‘정답과 해설’ 부분을 다시 인쇄했다. 재발간된 교재 40만 부는 1일부터 서점 등에 무료 배포됐다. 교재에는 ‘study’를 ‘stydy’로 쓰는 등 단순 실수가 많지만 관계대명사 ‘that’ 자리에 ‘who’를 사용하는 등 문법과 해석, 정답 오류도 발견됐다. 이 교재는 수능 대비 유형별 문제 330개가 제시돼 있다.

 EBS 교재는 수능과 70% 연계되면서 ‘필수 수험서’가 됐다. 수험생 이모(19)양은 “정규 수업뿐 아니라 방과후 수업 교재로도 사용해 교과서보다 중요한 교재가 됐다”고 말했다. 오류가 있어도 살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나라당 주광덕 의원에 따르면 EBS 고교 교재 상반기 매출액은 494억원으로, 지난해 총 매출액(751억원)의 65% 수준에 달했다. 올해 초 정부가 ‘영역별 만점자 1%’를 골자로 한 수능·EBS 연계 강화 방안을 발표하자 2월 한 달간 팔린 고교 교재는 역대 최대(149만여 부)를 기록했다.

교사들은 전문 출제진 양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고교 교사 유모씨는 “EBS가 교재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아 수험생들만 골탕을 먹는다”며 “EBS 교재 출제·검토 전담팀을 만들어 전문성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BS 이창용 학교출판기획부장은 “오류를 줄이기 위해 교수에게 집필과 검토를 맡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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