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퍼펙트’ 놓쳤지만, 주키치 호투 빛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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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키치

또 8회 세 번째 타자였다. 아쉬움은 더 컸다. LG 주키치(29)가 ‘퍼펙트’를 눈앞에서 놓쳤다. 이날 92개째 공, 139㎞ 낮은 커터가 포수 조인성의 미트에 도달하기 전에 한화 이양기의 배트에 먼저 닿았다. 공은 유격수와 3루수 사이를 뚫고 좌익수 정의윤 앞으로 흘렀다. 좌전안타. 이날 한화의 첫 안타였다. 주키치의 ‘퍼펙트 꿈’은 아웃카운트 4개를 남겨두고 물거품이 됐다.

 5일 잠실 한화전에 선발등판한 주키치는 1회 초 선두타자 강동우부터 8회 두 번째 타자 가르시아까지 23타자를 연속 범타처리했다. 하지만 24번째 이양기에게 안타를 내줬다. 주키치는 5월 15일 목동 넥센전부터 노히트 노런을 이어가다, 8회 세 번째 타자 송지만에게 안타를 맞으며 대기록 달성에 실패했다. 8회 세 번째 타자의 악몽이 재연됐고 이번에는 퍼펙트를 놓쳤다.

 그래도 주키치는 이날의 주인공이었다. LG는 1회 말 무사 2루서 나온 이진영의 시즌 첫 홈런으로 선취점을 뽑았다. 2회 김태완의 2루타, 3회 정성훈의 3루 땅볼로 추가점을 뽑았다. 승부는 이미 LG쪽으로 기울었다. 하지만 잠실구장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주키치의 공 하나, 하나에 팬들의 시선이 모였다. 이날 주키치는 1m95㎝의 큰 키에서 내리꽂는 위력적인 공으로 한화 타선을 제압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3㎞에 그쳤지만 완벽한 제구로 카운트를 잡았다. 살짝 휘어들어가는 커터로 내야땅볼을 잡아냈고, 각도 큰 체인지업으로 헛스윙을 유도했다. 7회까지 21타자를 상대해 외야플라이는 단 2개만 내줄 정도로 제구가 낮게 됐다. 삼진은 3개.

 LG 내야진도 집중력 있는 수비로 주키치를 도왔다. 3루수 정성훈은 6회 이대수의 강한 타구를 높게 뛰면서 잡아냈다. 1루수 서동욱은 6회 신경현의 땅볼 때 나온 주키치의 원바운드 송구를 정확히 포구했다. 그렇게 아웃카운트가 쌓였다.

 운명의 8회. 퍼펙트를 의식했을까. 주키치의 공이 몰리기 시작했다. 최진행의 타구는 우익수 쪽으로 갔다. 가르시아는 중견수 깊은 쪽까지 날아갔다. 두 개의 타구는 LG 외야수들의 글러브에 걸렸다. 하지만 이양기의 타구는 결국 안타가 됐다. 주키치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아쉬움을 표했다.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첫 퍼펙트 기록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주키치의 호투는 돋보였다. 8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시즌 7승째를 달성했다. LG팬들은 ‘주키치’를 연호했다. 동료들은 두 팔 벌려 주키치를 환영했다. 주키치는 “퍼펙트를 의식하기 시작한 때에 이양기에게 안타를 맞았다. 그냥 헛웃음이 나오더라. 그래도 팀이 치열하게 4강 다툼을 펼칠 때 승리를 거둬 다행”이라고 말했다. LG는 이날 8-0으로 승리하며 4위 롯데와의 승차를 0.5게임으로 줄였다.

 인천에서는 SK가 에이스 윤석민을 내세운 KIA를 4-2로 꺾고 3연승을 내달렸다. 윤석민은 미국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 스카우트가 지켜보는 가운데 선발등판했으나 6이닝 4피안타 4실점(3자책)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삼성은 롯데를 2-0으로 꺾었다.

잠실=하남직 기자, 유선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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