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손흥민 vs 뜬 가가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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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한·일 축구의 떠오르는 별 손흥민(19·함부르크SV)과 가가와 신지(22·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독일 분데스리가 개막전에서 정면 충돌한다. 손흥민은 프리시즌 9경기에서 18골을 몰아치며 올 시즌 활약을 예고했다. 가가와는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전반기 최우수선수(MVP)의 저력을 다시 한번 발휘하고자 한다. 둘은 6일 오전 3시30분(한국시간) 도르트문트의 홈 구장 시그날 이두나 파크에서 ‘개막전’과 ‘한·일 맞대결’ 승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그라운드에 선다.

 ◆유망주 손흥민, 입증된 스타 가가와


 독일에서 손흥민과 가가와의 위상 차는 크다. 손흥민은 큰 기대를 받는 유망주 정도다. 프리시즌 맹활약하며 주전 자리를 예약했지만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단서가 붙는다. 지난해 프리시즌에도 9경기에서 9골을 넣었지만 리그에서는 13경기 3골에 그쳤다. 데뷔 시즌이라 경험과 노련함이 부족했다.

 손흥민을 어릴 때부터 지도한 축구선수 출신 아버지 손웅정(48)씨는 “아직 기량이 무르익었다고 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시즌을 치를수록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확실한 주전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사실상 올 시즌이 첫 시즌인 셈”이라고 했다. 함부르크의 미하엘 외닝 감독도 4일 함부르크 지역지 ‘함부르거 아벤블라트’와의 인터뷰에서 “손흥민이 올 시즌 중요한 임무를 맡을 것이다”면서도 “너무 튀어서는 안 된다”고 조심스러워했다.

 가가와는 분데스리가의 수퍼스타다. 지난 시즌 도르트문트의 리그 우승을 이끌며 영웅 대접을 받았다. 18경기에 출전해 8골을 넣었다. 지난 1월 아시안컵에서 오른쪽 새끼발가락 부상을 당해 리그 후반기에는 한 경기만 뛰고도 시즌 베스트11(독일 축구 전문지 키커 선정)에 선정됐을 정도다. 올여름 이적시장에서는 유럽 최고 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레알 마드리드(스페인)의 러브콜을 받기도 했다.

 ◆차범근과 오쿠데라의 오마주

 1970년대 차범근(58·전 수원 감독)과 오쿠데라 야스히코(59·요코하마FC 구단주)는 한·일 양국을 대표하는 라이벌이었다. 차범근은 오쿠데라보다 매번 한 수 위였다. 차범근은 다름슈타트-프랑크푸르트-레버쿠젠을 거치며 11년 동안 리그에서만 98골을 넣어 당시 분데스리가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손꼽혔다. 특히 79년 11월 열린 맞대결에서 프랑크푸르트 소속의 차범근이 2골을 뽑아 오쿠데라의 쾰른을 3-1로 꺾은 경기는 아직까지도 회자된다.

 손흥민과 가가와의 맞대결은 분데스리가에서 펼쳐지는 한·일 라이벌전의 2라운드와 다름없다. 차범근과 오쿠데라 이후 끊겼던 분데스리가 한·일 라이벌이 부활한 셈이다. 젊은 나이의 앞길 유망한 선수들이 벌이는 대결이라 더 흥미롭다. 차범근과 오쿠데라는 79년 각각 26세와 27세로 첫 맞대결을 했다.

 손흥민은 지난 6월 프리시즌 시작 직전 인터뷰에서 가가와에 대해 “실제로 보니 플레이가 대단했다. 발재간이 좋고 빨랐다. (나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인 것 같았다”며 “올 시즌에서는 한번 제대로 붙고 싶다”고 했다. 함부르크와 도르트문트의 경기는 모든 좌석이 매진됐다. 두 선수는 8만720명의 관중 앞에서 의미심장한 경기를 하게 된다.

 한편 구자철(22·볼프스부르크)은 6일 오후 10시30분 마키노 도모아키(일본)가 소속된 FC 쾰른과 개막 경기를 한다.

  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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