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 종목 10% 룰' 인해 투신사들 삼성전자주 팔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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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투신사들은 눈물을 머금고 이 주식을 계속 팔고 외국인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가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펀드에 돈을 넣은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만들어진 '동일 종목 10% 룰' 때문이다.

증권신탁업법에 개별 펀드별로 자산의 10% 이상을 한 종목에 투자할 수 없도록 규정해놓은 탓이다.

투신사들은 그동안 한국의 간판기업인 삼성전자 주식을 포트폴리오(분산투자)차원에서 꾸준히 확보해 왔고, 특히 이달 초에는 반도체 주식의 상승가능성을 예견한 펀드매니저들이 집중적으로 매입하기도 했다.

현재 삼성전자가 종합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6%에 달한다.

하지만 그동안 꾸준한 매입으로 상당수 투신사 펀드에서 삼성전자의 비중(시가총액 기준)이 10%를 넘어버렸고, 따라서 금감원의 검사기준일인 이달말까지 10%비율을 맞추기 위해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한국투자신탁의 한 펀드매니저는 "모처럼 좋은 기회를 맞는가 했더니 이익을 제대로 보기도 전에 팔아야 하는 형국이 돼버렸다" 면서 "꿩대신 닭 격으로 삼성전자 우선주를 사고 있으나 그나마 이미 가격이 올라 매입이 쉽지 않은 상황" 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투신사들은 지난 20일부터 삼성전자 주식을 1천2백58억원어치나 매도했으며 대신 현대전자와 삼성전자 우선주 등을 샀다.

반대로 이 기간 중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은 1.42%포인트(2백14만4천주 상당) 늘어나 54.53%에 달했다.

대한투신의 경우는 아직도 삼성전자 주식이 전체 순자산의 12~13%에 달해 앞으로도 초과분을 팔아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이같은 법 규정이 외국인들에 비해 국내 투신사들의 자산운용을 제한하고 투자효율성을 크게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최근 업계에서 강하게 제기되자 당국은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김재찬 자산운용감독국장은 "주가의 변동성을 도외시한 채 현재가를 기준으로 특정종목을 10% 이내로 운용하라는 것은 사실 문제가 있다" 면서 "법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매입당시 가격을 기준으로 10%만 넘지 않으면 보유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4월 말께 시행령을 개정할 방침" 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시행령 개정 전이라도 이 문제를 융통성 있게 처리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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