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 美 증시 차입투자 위험 수준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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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유력 증권사인 모건스탠리는 미국 주식 투자자들이 투자금의 많은 부분을 차입에 의존, 위험을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 9개월간 5차례나 금리를 인상, 표면적으로 보면 강력한 통화긴축정책을 구사하고 있는 듯하나 실제는 전혀 긴축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99년 7월이후 금리인상 폭이 1.25%포인트에 달하고 있지만 같은 기간 물가가 2%에서 3.2%로 상승했기 때문에 실질적인 연방기금금리는 거의 변하지 않은 셈이라고 모건스탠리는 말했다.

모건스탠리는 처음 0.75%포인트 인상까지는 98년말이래 국제금융시장 위기로 인해 내렸던 금리를 다시 원상복구, 정상화한 것에 불과하며 이는 명목적인 것일뿐 실질금리는 달라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현재 12개월간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라 실질 연방기금금리를 계산하면 약 2.8%로지난 99년 7월 이전과 같은 수준이라고 모건스탠리는 말했다.

모건스탠리는 통화 팽창적인 조건에서 완전고용 수준에 도달하고 있는 미국 경제는 올해도 5%에 육박하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모건스탠리는 또 증시에서 부의 효과로 인해 수요 초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미 증시 전반에는 아직 조정 내지 약세가 나타날 조짐은 없다면서도 이미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증시에서 지난 2월까지 4개월동안 신용융자는 45%나 급증했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87%나 증가했다면서 투자자들이 고가의 첨단 기술주에 투자한 것 뿐만 아니라 투자자금의 많은 부분을 차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험을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고 경고했다.

모건스탠리는 상황이 이러한데도 연준이 비이성적 과잉을 경고하기만 했지 직접적인 억제정책을 구사하지는 않고 있다며 이러한 태도는 치명적인 오류라고 지적했다.

채권가격의 상승과 장.단기 수익률 역전 현상에서 나타나듯 금융시장은 미 통화당국이 결국 경기연착륙에 성공하리라고 믿고 있다면서 이번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도 상징적이라고 모건스탠리는 지적했다.

모건스탠리는 연준은 과거 연방기금 금리 위주의 무딘 전술에 변화를 주어야 할때라고 강조하고 대안으로 증거금률 인상, 주식담보 대출 억제, 데이트레이더에 대한 규제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모건스탠리는 실질금리 수준이 아직은 우려할만한 수준이 아니지만 연준의 무뎌진 정책수단이 그 부작용을 나타내는 것은 시간문제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우기자 jungwoo@yonha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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