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공부습관에 맞는 글쓰기 지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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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내용이 항상 똑같아요.” “글을 쓰려고 해도 얘깃거리가 없데요.” “글쓰는 속도가 너무 느려요.”아이의 글쓰기를 지도하는 엄마들의 고민이다. 한우리독서토론논술 박기현 선임연구원은 그 이유에 대해 “아이의 특성을 파악하지 못한 채 글쓰기 기술만 가르치려는 욕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아이의 학습습관은 크게 ‘시각형’과 ‘청각형’, ‘체감형’으로 나뉜다”며 “아이의 특성에 맞춰 글쓰기 지도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시각형’ 아이들은 눈으로 자극을 먼저 받아들이기 때문에 그림이나 표, 그래프 등을 활용했을 때 학습효과가 크다. 동화책을 읽어도 책의 내용보다는 그림을 주로 보고, 글보다는 표나 그래프에 먼저 눈이 간다. 이런 아이들의 경우엔 사진이나 그림자료를 보여준 뒤 그 내용에 맞는 글을 쓸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효과적이다.

 여러 자료를 활용하면 글쓰기 훈련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시각형’ 아이들은 특히 글을 빨리 쓰고, 결론도 빨리 내리고 싶어한다. 자신의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하거나 글과 어울리는 사진자료를 고르게 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한컷의 이미지로 형상화할 수 있게 돕는 게 좋다. 이후 이미지화한 내용을 토대로 글을 쓰게 하면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없앨 수 있다. 부모가 “글쓴이가 이 책의 내용을 통해 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한 컷짜리 만화로 그려볼까”라는 식으로 흥미를 유발한 뒤 “그렇다면 이 만화를 다른 사람이 이해할 수 있게끔 글로 표현해 보자”고 유도하는 식이다.

‘청각형’ 아이들은 소리에 민감하다. 어릴 때부터 ‘뒤뚱뒤뚱’, ‘아장아장’, ‘꿈틀꿈틀’ 같이 리듬감 있는 의성어를 즐겨 쓰고, 한번 들은 말은 잘 잊지 않는다. 어휘의 개념을 익히는 걸 좋아하고, 한마디를 하더라도 정확하게 한다. 책을 읽을 때도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는 등 혼자 생각하는데 익숙하다. 이런 아이들은 말할 때 드는 생각을 즉각적으로 글로 표현할 수 있도록하는 게 좋다. 다른 사람과 토론하거나 제3자에게 특정 사건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즐기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부모가 제 3자의 역할을 해주면서 아이의 말을 들어준 뒤 해당 내용을 글로 표현하도록 유도하면 학습효과를 높일 수 있다.

 박 연구원은 “이런 아이들의 경우 글을 쓸 때도 중얼거릴 수 있는데, 부모는 ‘글쓰는데 왜 중얼거리냐’고 핀잔을 줄 게 아니라 주변의 소리를 줄여주면서 아이가 글쓰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체감형’ 아이들은 온 몸의 느낌으로 세상을 배운다. 손과 발, 냄새와 미각 등으로 자극을 받아들이지만, 몸으로 받아들인 자극을 표현하는 건 다소 느릴 수 있다. 한편의 글을 완성하지 못하고도 일어서서 돌아다닌다거나 사물을 만지는 등 주위가 산만한 경우가 많다. 글을 쓸 때 중간중간 주제에서 벗어난 내용을 쓰기도 한다. 이 경우 부모들은 ‘우리 아이에게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고치려고만 한다. 그러나‘체감형’ 아이들은 하나의 사건을 접하고도 많은 것을 느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에 맞는 글쓰기 교육이 필요하다. 감정표현이 풍부하고 동작 묘사가 많은 책을 선택하고 아이가 읽으면서 책의 내용을 몸으로 표현하고 싶어한다면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 어릴 때부터 부모가 함께 책을 보거나 주변 생활소재를 학습교재 삼아 몸으로 체험한 뒤 글로 표현하도록 유도하면 아이의 사고력을 키우는 데 효과적이다.

[사진설명] 글쓰기를 지도할 때는 아이의 특성을 파악해 글로 표현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최석호 기자 bully21@joongang.co.kr 사진="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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