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빈 “열외 싫어 발목 부상 때도 우겨서 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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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해병대에 입대한 배우 현빈(가운데)이 방탄차에 올라타 출동하고 있다. 현빈은 사계절 내내 훈련만 하는 대대에 배치됐다. [플래닛미디어 제공]


해병이 된 배우 현빈(29·본명 김태평)의 군 생활은 어떨까. “이게 최선입니까?”라고 스스로에게 물으며 훈련에 잘 적응하고 있을까.

 ‘현빈앓이’를 앓았던 이들이라면 신세대 해병 8명의 훈련기를 담은 신간 『나는 해병이다』(플래닛미디어)에서 궁금증을 풀 수 있을 것 같다. ‘이병 김태평’이 된 그의 진솔한 속내와 소소한 에피소드가 실렸다. 일종의 ‘해병 신드롬’을 일으켰던 그의 갈등을 읽을 수 있다.

 책에 따르면 연예인에서 해병이 되며 그가 무엇보다 걱정했던 건 “혹시 모를 동기들의 질시”였다. 열악한 환경과 힘든 훈련은 각오한 일이지만 “주변의 호기심과 싸늘한 시선은 부담스러웠다”며 “더 적극적으로 그들 사이로 들어가는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한다.

 실제로 백령도에 배치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는 발목 부상을 당했다.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고질적인 아킬레스 건염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의사의 경고가 있었지만, 치료를 받지 않고 묵묵히 훈련을 받았다. “스스로 열외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이다. 고되기로 소문난 사격장 훈련에서도 진지하게 임해 특등 사수가 됐다. 그런 노력들이 쌓여 이제는 “동기들 사이에서 하나 둘씩 질문을 하는 친구들”이 생겼다. 그럴 땐 이렇게 대답한단다. “얘들아, 형도 군대는 처음이야.”

 현빈이 해병대에 입대하면서 병영문화가 개선될 수 있기를 기대하는 이들이 많은 것도 사실. 얼마 전 해병대에서 일어난 총기사고가 그런 기대를 더욱 키웠다. 그가 소총수로 배치된 백령도에서는 병영문화 개선 작전이 실시 중이다. 책에는 이에 대한 그의 생각도 담겼다. “아무리 군대라지만 야만적인 구타나 욕설은 없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병영문화 개선은 그런 면에서 꼭 필요하고 좋은 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왜 하필 제가 있는 곳에서부터, 제가 오면서부터 시작되어야 했는지를 생각해보면 고민이 생긴다”며 “저로 인해 좋은 쪽으로 개선되면 기쁘겠지만, 이등병 하나 때문에 기존의 질서들이 흔들린다면 속으로 반발하는 선임들도 있을 것 같다”며 부담스러운 마음도 드러냈다.

 책에서 현빈은 앞으로 남은 1년 7개월을 두고 “내가 모르는 또 다른 나를 찾는 시간”이라고 밝혔다. 자아성찰뿐 아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늘 아쉬웠던 영어와 일어 공부도 시작했다. 좋아하는 영화를 보거나 여행을 갔을 때, 또 외국 배우와 같이 연기를 해야 할 때도 꼭 필요했는데 도통 시간이 나지 않았던 탓이다. 팬레터도 꼼꼼히 읽고 부모님껜 손으로 편지를 쓴다.

임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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