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쭉 따러 산에 갔던 여성, 북한 보위부가 체포한 까닭은?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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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이 지난달 24일 실시된 지방대의원선거에 불참한 주민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검거에 나섰다. 북한 당국은 당초 '100% 참여, 100% 찬성'을 목표로 투표를 독려했지만 사상 최악의 투표율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선거기간 동안 선거를 반대하는 낙서나 김정일 정권을 비난하는 낙서가 여러 곳에서 발견됐다. 심지어 대의원 후보 사진에 '리명박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낙서가 남겨져 있기도 했다. 그것도 북한의 수도인 평양에서 일어났다. 이 때문에 북한 당국은 선거에 불참한 주민들을 '반당, 반혁명분자'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검거작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3일 이런 사실을 최근 탈북한 사람 등의 증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며칠 전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 몸을 숨기고 있는 장경철(가명·18)씨는 "지방주권 선거에 빠진 사람들을 붙잡아 처벌한다기에 어쩔 수 없이 도망쳤다"며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을 걱정했다. 장씨는 '백두선군청년발전소' 돌격대에 징집돼 일을 하다 고된 노동과 배고픔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달 초 건설장을 탈출했다.

함경북도의 한 대학생 소식통은 "이번 선거기간에 청진시에서 선거를 반대하는 낙서가 여러 건 발견됐다"며 "길주군에서는 선거위원회 마당에 붙여놓은 대의원 사진과 유권자명부가 모조리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양강도 간부 소식통도 "평양과 평성을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선거를 비방하는 삐라와 낙서가 발견됐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은 이같은 낙서를 한 사람들이 선거에 불참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대대적인 검거에 나선 것이다. 대홍단군에서는 들쭉을 따러 산에 올랐다 길을 잃어 선거에 불참한 제대군인 1명과 여성 2명이 양강도 보위부에 체포됐다.

양강도 소식통은 "선거에 불참한 주민들이 모두 잠적했다"며 "어차피 중국으로 도피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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