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옛 다저스 선발투수들은 어디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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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다저스의 박찬호 선수가 풀타임 메이저리그 선발투수로 활약하던 첫 해에 박찬호가 등판한 경기는 언제나 공중파 방송에서 중계방송을 해줌으로서 온 국민의 '박찬호 열풍'은 정말 대단했다.

이 때 한국인들은 박찬호뿐만 아니라 피아자, 노모, 몬데시 등 다저스의 주요 선수들에 친숙해졌고 박찬호와 선발 경쟁을 벌이던 투수들에게도 관심을 갖기에 이르렀다.

이 때 이전 해까지 다저스의 선발투수진을 굳건히 지키던 선수들은 지금 어디에 있나? 불행히도 이들 중에 지금까지 다저스에 남아있는 선수는 아무도 없다.

당시 다저스의 선발투수는 라몬 마르티네즈(32), 노모 히데오(32), 이스마엘 발데스(27), 페드로 아스타시오(31), 톰 캔디오티(43) 이렇게 다섯 명이었다.

이들이 나란히 활약하던 1995년과 1996년에 다저스는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와 필적할 만한 투수왕국으로 불리었으며 두 해 모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기도 했다.

먼저 현역 최고의 투수로 떠오르고 있는 페드로 마르티네즈(29)의 친형인 라몬 마르티네즈는 명실상부한 다저스의 에이스였으나 부상이 너무 잦은 단점을 지니기도 했다.

96년부터 계속 결장하는 경기가 많아지고 팀에서의 입지도 점점 약해지던 중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하던 99년 시즌 중반에 보스턴 레드삭스에 가 있는 동생 페드로의 권유와 설득으로 결국 보스턴으로 이적했다.

결국 시즌 막판과 포스트시즌에 당당히 선발로 재기함으로써, 올 시즌 보스턴의 형제 '원투펀치'(제1, 2선발투수를 일컫는 말)의 활약이 기대된다.

그리고 국내팬들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일본인 최초의 메이저리거 노모 히데오는 박찬호가 본격 선발로 활약하던 97년부터 쇠퇴의 길에 접었고 98년 시즌 중반에는 결국 뉴욕 메츠로 트레이드 됐다.

98년 시즌이 끝난 뒤에는 이미 단순한 구질이 다 노출된 노모의 시대가 끝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지만, 결국 99년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12승을 거두며 멋지게 재기에 성공했다. 2000시즌에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로 트레이드 되어 시범경기에서도 좋은 활약을 벌여 팀의 제1선발투수로 낙점을 받은 상태이다.

작년까지도 다저스에서 활약하던 이스마엘 발데스는 좋은 투구내용에도 불구하고 불운과 승부근성 부족 등으로 승수를 많이 기록하지 못했다. 그리고 박찬호와는 미묘한 신경전과 라이벌 관계를 가진 것으로 유명하던 중, 결국 에릭 영(33)과 함께 시카고 컵스로 트레이드 됐다. 2000시즌을 앞두고 부상으로 시즌 초반이 불투명한 상태이기도 하다.

97년 시즌에 5명의 선발투수 중 가장 먼저 다저스를 떠난 페드로 아스타시오는 콜로라도 록키스에서 고군분투하며 팀의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지만 투수에게는 불리한 쿠어스 필드를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탓에 방어율은 5~6점대를 유지하고 있다.

97년 시즌 박찬호와의 제5선발 경쟁에서 밀려나 잠시 불펜으로 내려가기도 했던 노장 너클볼투수 톰 캔디오티는 오클랜드와 클리블랜드를 거쳐 지금은 애너하임 엔젤스에 둥지를 틀고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불사르고 있다.

철저한 자기 관리와 원만한 성격으로 43살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좋은 활약을 벌이고 있으나, 이제는 은퇴가 임박한 듯 하다.

메이저리그의 특성상 선수들이 팀을 자주 바꾸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팀의 이해관계나 필요에 따라 트레이드가 활성화 되어있고 자유계약 제도(FA)도 정착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7년에 열심히 공중파 방송중계를 보며 다저스를 응원한 한국팬들에게는 또 다른 감회가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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