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 앤딩 애니메이션 이야기(상)- '맛이나 한번 보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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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동화나 설화을 바탕으로 한 애니메이션 제작이 많은 유럽이나 미국에 비하여 일본애니메이션은 상대적으로 출판만화를 바탕으로 하는 애니메이션 제작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최근에는 애니메이션의 제작중이나 완결후에 출판만화화 되거나(신세기 에반게리온, 기동전함 나데시코, 번업 Excess 등) 인기 게임이 만화로 제작(To Heart, 히미코전 등)되는 등의 멀티마케팅 차원에서 출간되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어째든 일본에서는 최신인기만화가 애니메이션 제작에 있어서 가장 매력적인 소재인 것은 분명하다.

인기 출판만화를 애니메이션 제작소재로 선호되는 이유는 본래가 동적인 2D환경을 바탕으로 제작되어지다 보니 캐릭터디자인이나 팬시 디자인이 용이하고, 기존의 두터운 팬층으로 인하여 어느 정도의 인기가 보장되면서, 기존의 판매시장과 공동마케팅이 용이하다는 등의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화의 에피소드 하나하나를 다 만든다는 것은 힘든 일이어서, 단행본이 10권 이상 되는 작품 같은 경우에는 시간이나 금전적의 이유 등으로 인해서 스토리가 상당히 줄어들거나 일정부분만(주로 앞부분 스토리) 애니메이션화 되어버려 실제 그 만화의 골수팬들에게는 한마디로 '맛보기로 한번 보여주기' 정도밖에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 실제로 소년지에 연재되는 일본만화의 경우 보통 1권에 6개 정도의 에피소드가 들어간다. 즉 10권 정도의 분량만 연재가 되면 총 60개 정도의 에피소드가 나오게 되지만, TV시리즈라 하여도 편성상에는 13화 또는 26화분 정도로 기획이 되기 때문에 10권 정도의 만화 시리즈물 조차도 다 담을 수 없다는 결론이 나고 만다. -

게다가 후속작 제작에 대한 팬들의 희망이 높다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신진 기획의 도입과 주고객층의 취향 변화에 따라 그러한 가능성이 점점 더 줄어들게 되고 골수 팬들의 아쉬움은 더 커지게 되어 버린다.

오로지 단 한편!!

오로지 단 한 편만이 제작이 되어 이후 후속작의 제작이 이루어지지 않아 거의 전설화 되어버린 작품도 있다. 팬층에 의해 지속적인 제작요구가 있지만, 작가 본인의 의지 또는 제작환경이 이루어지지 못해 다른 기획에 눌려 더 이상 진행이 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작품의 대표적인 경우로 국내에서도 널리 알려진 작품인 미야자키 하야오감독의 〈바람의 계곡의 나우시카〉가 있다. 감독 본인이 월간〈아니메쥬〉에 연재하기도 한 이 작품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출세작이라고 할만큼 엄청난 흥행성적과 함께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만화 전체 스토리의 프롤로그에 해당되는 스토리만 극장용으로 제작하고 이후의 어떤 후속작품도 나오지 않았던 작품이다. 원작자이자 감독 자신이 앞으로 후속 애니메이션은 만들지 않겠다고 공언한 이상, 더 이상의 스토리는 만화책만으로 만족해야 될 것이다.

이외에도 후속작인 〈알렉산드라이트〉까지 큰 인기를 얻은 나리타 미나코의 〈사이퍼〉나 야오이만화 만화의 대작 〈절애〉처럼 본편의 내용을 암시하는 정도의 뮤직비디오만 나오고 마는 경우라든지 게임캐릭터의 소개만 하다가 끝나버린 〈아이돌 파이터 스치파이〉 같은 경우에도 나온지는 몇 년이 흘렀지만 아직까지도 시리즈물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

매정하게 잘라버리기

앞에서도 말했듯이 만화 전체를 애니메이션화 시킨다는 일은 힘든 일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할 지라도 충분한 스토리를 진행시킬 수 있는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스토리가 날아가 버리거나, 이후 진행이 될 듯한 여운만 남겨놓고 제작이 종료되어 버린 저주받은 작품들도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마징거Z〉의 후속작으로 기획된 〈파사대성 당가이오〉(1987)와 같은 경우, 3부작 OAV로 제작되어 맨 마지막 엔딩에서 숙적 라이벌과 사투를 벌인 후 주인공들이 자신들의 로봇 잔해 속에서 우주를 떠도는 신이 나오면서 '제1부 완결'이라고 타이틀과 함께 종결되어, 곧 2부가 출시될 것처럼 보였지만 그 후 10여년 동안 아무런 작품이 나오질 않았다.

최근에 미·일 합작으로 다시 프로젝트가 시작되어 풀디지털 OAV로 되살아나는 불굴의 생명력을 보여준 〈솔비앙카〉의 경우는, 주요 캐릭터의 등장이 거의 완결이 되어 본 스토리가 이어질 듯이 암시하면서 끝난 뒤로 더 이상의 제작기획이 안되어 오다가 1999년에 와서 미국과의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되살아난 특이한 케이스였다.

이외에도 TV시리즈가 2회나 상정되었다가 〈천지무용〉TV판 등에 밀려 끝내 제작되어지지 못한 〈여기는 그린우드〉라든지, 마지막화의 엄청난 다이제tm트 편집으로 악명이 자자한 〈나의 지구를 지켜줘요(국내출간만화명 : 내사랑 앨리스)〉등은 팬들 속에서 상당 기간 아쉬움을 남겼다.

---- 하편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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