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은행, 아파트 중도금 대출 '저금리' 세일

중앙일보

입력

아파트 중도금 대출시장이 외국계 은행들의 가세로 바짝 달아올랐다.

최근 HSBC은행이 국내 금융권의 대출금리보다 1% 이상 싼 연리 8%대의 저금리를 무기로 시장에 뛰어들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펴자 이미 영업 중인 씨티은행도 금리를 낮추고 시장 석권에 나섰다.

외국계 은행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시중은행은 물론 다른 외국계 은행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앞으로 주택 대출금리 인하 바람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계에 따르면 HSBC는 용인시 구성면 언남리에서 이달말께 분양되는 동일하이빌 2차아파트에 대해 연리 8.2%로 6천만원까지 대출해주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 은행은 지난 11일 대우건설의 춘천 칠전 2차아파트(3백14가구)에도 연리 8.5%로 대출하되 첫 6개월간은 여기에다 0.6%를 빼주겠다고 제시했다. 이는 상환 초기 6개월은 연리 7.9%라는 파격적인 조건이다.

국내은행의 중도금 대출금리가 연리 9.2~9.8%인 점을 감안하면 연 1% 정도 싸다. 5천만원을 빌리면 입주 때까지 1백만원 정도 절약되는 셈이다.

주택업계 분양.금융 담당자들은 "요즘 HSBC측으로부터 대출상품을 써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고 있다" 며 "금리 차이로 절약할 수 있는 돈이 많지는 않지만 소비자들이 심리적으로 느끼는 차이는 무척 크다" 고 전했다.

HSBC 관계자는 "사업장 위치나 단지에 따라 금리를 달리 적용하고 있다" 며 "담보가 확실한 만큼 가급적 낮은 금리를 내세워 대출영업을 확대해나갈 계획" 이라고 전했다.

대우건설 고객서비스센터 이준호 차장은 "금융권에서 돈을 빌려 분양금을 내는 소비자가 많은 현실에서 대출금리가 쌀수록 아파트 분양도 잘 되는 게 당연하다" 며 "이 때문에 그동안 고금리만을 고집한 국내은행들에 많은 자극이 될 것" 으로 전망했다.

단점이라면 외국계은행은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싫어하는 단기 변동금리를 적용한다는 점. 주택은행의 경우 6개월마다 한번씩 이자율이 바뀌지만 외국은행의 대출상품은 대부분 1개월마다 달라진다. 그러나 주택업체에서는 단기금리를 적용하더라도 소비자들에게는 금전상 차이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자가 국내은행보다 비쌌던 씨티은행도 최근 들어 연리 9.11~9.3%대를 제시하면서 중도금 대출영업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

HSBC측의 시장확대 전략에 영향을 받아 금리를 낮춰 본격적으로 마케팅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현재 새 아파트 중도금 대출시장은 연간 4조원 선으로 추정되는데 국민주택기금이 대출분의 70% 정도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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