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현장] 탑승객 북새통 … 안양역 간이정류소 가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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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비가 퍼붓던 26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 안양역 앞 시외버스 정류소. 우산을 받쳐든 시민들이 길가에 늘어서 버스를 기다렸다. 빗물이 옆 사람의 우산을 타고 어깨 위로 떨어지자 한 여성이 인상을 찌푸렸다. 컨테이너박스 크기만 한 조립식으로 된 대합실 안도 버스를 기다리는 이들과 승차권을 사려는 이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30대 한 회사원은 “인구 65만 명이나 되는 도시의 버스터미널이 시골 터미널보다도 못하다”고 했다.


 안양에는 시외버스터미널이 없다. 안양역, 왕궁예식장, 비산사거리 근처, 호계동, 범계역에 간이정류소가 있을 뿐이다. 차고지가 없어서 대부분의 시외버스가 부천이나 수원 등 인근 대도시 터미널에서 출발해 안양의 간이 정류소를 경유해 전국 30여 도시를 오간다. 간이 정류소에 있는 시설이라곤 매표소와 20명 정도가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대합실이 전부다. 다양한 편의시설이 있는 시외버스터미널 2곳을 운영하는 수원시와 대조적이다.

 안성의 직장에 다니는 정상현(34·회사원)씨는 “ 홈페이지나 통합 콜센터가 없어 인터넷과 전화 예매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정씨는 주말에 집이 있는 안양에서 지낸 뒤 월요일 아침에 시외버스를 타고 안성으로 출근한다. 미리 정류장에 가서 표를 예매해도 출발지인 부천에서 사람이 많이 타 버스를 못 탈 때도 있다. 정씨는 “출발지 탑승인원을 확인하지 않고 표를 끊어주기 때문에 그날의 운에 따라 버스를 탈 수도, 못 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외버스 노선과 시간표를 확인할 수 있는 건 안양시가 운영하는 U-통합상황실 홈페이지(bis.anyang.go.kr)뿐이다. 정류장별로 경유하는 버스 정보는 각 정류장에 전화로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정류장 인력은 승차권 발매인력 1~3명뿐이어서 전화로 상세한 정보를 얻기도 힘들다.

안양시외버스터미널을 건립하려는 노력은 22년 전에 시작됐다. 평촌신도시를 개발하던 1989년에 평촌동 934번지 농수산물도매시장 인근(1만8354㎡)을 첫 후보지로 지정했다. 그러나 주민 반발 로 무산됐다.

 2000년 5월 동안구 관양동에 2만7500㎡ 크기의 새로운 부지가 선정돼 2005년에 당시 건설교통부 승인까지 받았지만 주민 반대와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진행하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 취임한 최대호 시장이 사업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안양시는 모든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지만 고민이 많다. 안양시 관계자는 “지금 추세로는 대형복합터미널을 지어야 하는데 기존 상권의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안양=유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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