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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210㎞ → 300㎞, 신칸센 47년 필요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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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본의 JR 도카이(東海)·니시니혼(西日本) 두 회사가 공동개발한 N700형 신칸센 열차. [중앙포토]

지난 5월 말 국제사절들의 한 모임. 축사에 나선 마쓰모토 다케아키(松本剛明) 일본 외상은 대지진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에 감사의 뜻을 표하다 갑자기 신칸센(新幹線) 이야기를 주제로 꺼냈다. “ 지진이 발생했을 당시 도호쿠(東北) 지역을 달리던 신칸센은 18편, 특히 후쿠시마(福島)현~이와테(岩手)현에선 5편이 시속 270㎞ 이상으로 달리고 있었다”며 “하지만 어느 것 하나 문제 없이 멈춰섰고 부상자 또한 제로였다”고 자랑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사고로 자존심이 상한 일본에 있어 ‘신칸센 안전신화’는 최후의 보루다. 그만큼 일 정부와 관계기관이 신칸센에 쏟는 안전관리는 지독할 정도다.

 신칸센은 1964년 첫 운행을 시작했다. 최고 속도는 210㎞. 당시 세계 최고 기록이었다. 신칸센의 뒤를 이어받은 프랑스의 TGV가 83년 270㎞, 89년 300㎞의 최고속도를 뽐내며 고속화에 나섰지만 신칸센은 결코 서두르지 않았다. 차량 첨단화로 일찍이 300㎞ 이상을 낼 수는 있었지만 “교통의 생명은 ‘돌다리도 두들겨 가라’에 있다”(나카무라 히데오 도쿄도시대학 학장)는 원칙을 굽히지 않았다. 첫 운행 이후 22년이 지나서야 220㎞로 올렸고, 46년이 지난 지난해까지도 275㎞를 넘기지 않았다. 올 3월 5일 개통된 도호쿠 신칸센부터 비로소 300㎞가 됐을 정도다.

 이런 치밀하고 집요한 노력 때문에 신칸센은 아직까지 추돌사고가 단 한 건도 없었다. 물론 사망자도 제로다. ‘차량·신호·운행관리’의 3종세트를 통해 사고를 원천 차단한다. 브레이크나 신호체계에 문제가 생기면 항상 안전한 방향으로 시스템이 작동돼 차량을 세우게끔 이중·삼중의 안전장치가 돼 있는 것이다. 반세기에 걸쳐 신칸센망을 구축한 일본에 비해 중국은 그 4배의 연장거리를 불과 수년 사이에 끝냈다. 신칸센 등 일본의 철도계획 전문가인 나카무라 히데오(中村英夫·76) 학장은 26일 “ 운행·관리에 관련된 모든 인력을 정기적으로 연수동에 합숙시키며 각종 사고의 비참함을 알리고 긴장감을 불어넣는 교육을 하는 게 안전 확보의 버팀목이 된다” 고 말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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