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호랑이굴 쳐들어간 사자 “1등 자리 내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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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삼성의 강봉규(오른쪽)와 조영훈(맨왼쪽)이 26일 광주구장에서 벌어진 KIA와의 경기에서 8회 초 2사 1, 2루 때 팀동료 7번타자 신명철의 역전 적시타로 홈을 밟은 뒤 동료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삼성은 8회 초 4점을 뽑아 5-2로 역전승했다. [광주=연합뉴스]


프로야구 KIA-삼성의 경기가 열린 26일 광주구장에서는 10여 년 전 추억 속 장면이 연출됐다.

 KIA 선수들은 이날 전신 해태의 원정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섰다. 꼭 10년 전인 2001년 7월 26일 해태는 부산 사직구장에서 빨강 상의와 검정 하의의 원정 유니폼을 마지막으로 입고 롯데와 경기를 했다. 일주일 뒤인 8월 2일 KIA로 주인이 바뀌었다.

 강산이 한 번 변한 뒤 2011년 후반기 첫 경기에서 KIA는 과거 타 팀에 ‘공포의 상징’이었던 유니폼을 창단 후 처음으로 선보였다. 상대는 공교롭게도 해태 시절 한국시리즈에서 세 번 모두 제압한 삼성이었다. 올 시즌 KIA와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는 라이벌이기도 했다.

KIA 10년, 추억의 해태 유니폼 프로야구 KIA 선수들이 26일 프로야구 30년과 KIA 창단 10주년을 기념해 해태 타이거즈 시절 원정 유니폼으로 사용한 빨강 상의, 검정 하의 유니폼을 입고 삼성과 홈경기를 했다. 오른쪽부터 이종범·윤석민·로페즈·양현종. [광주=이호형 기자]


 평일임에도 만원 관중(1만2500명)이 들어찬 이날 경기에서 KIA는 7회까지는 홈 팬들에게 추억과 승리를 모두 안겨주는 듯했다. 그러나 승부는 양팀의 마무리 투수 싸움에서 갈렸다.

 2-1로 앞선 8회 초 잘 던지던 KIA 선발 트레비스가 2사 후 최형우에게 안타를 맞자 조범현 KIA 감독은 한기주를 마운드에 올렸다. 팔꿈치 수술 뒤 2년 만에 복귀해 앞선 2경기에서 무실점 세이브를 따낸 한기주였다. 마운드에 직접 올라온 조 감독의 격려를 받은 한기주는 첫 타자인 대타 조영훈에게 우전 안타를 내주며 흔들렸다. 이어 강봉규에게 동점 적시타, 신명철에게 우익수 쪽으로 역전 2타점 3루타를 맞고 무너졌다. 진갑용의 쐐기 적시타까지 한기주가 4타자 연속 안타를 얻어맞는 사이 스코어는 순식간에 5-2로 뒤집혔다.

 역전에 성공하자 삼성의 필승 계투진이 곧바로 가동됐다. 7이닝 2실점한 선발투수 장원삼에 이어 8회 말 정현욱이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9회 말에는 ‘철벽 마무리’ 오승환이 나섰다. 그는 첫 타자 안치홍을 2루수 땅볼, 차일목과 대타 신종길을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 공 15개로 가볍게 5-2 승리를 지켰다. 올 시즌 단 한 번의 패배도 없이 27세이브(1승)째를 따내며 구원 부문 2위 정대현(SK·11세이브)과의 격차를 더욱 벌렸다.

 2연패를 마감한 2위 삼성은 올스타전 휴식기 뒤 첫 경기에서 기분 좋은 역전승을 거두며 1위 KIA를 한 경기 차로 추격했다. 올 시즌 KIA와의 상대 전적도 6승6패로 균형을 맞췄다.

 부산 사직구장에서는 SK가 홈팀 롯데를 11-2로 크게 눌렀다. SK는 3연승, 롯데는 2연패로 희비가 엇갈렸다. SK는 1회 초 4번 타자 이호준이 선제 결승 2점 홈런을 날리고 안치용이 2회와 8회 두 개의 아치를 그리는 등 4개의 대포를 포함해 총 16안타를 터뜨렸다. 6번 타자 정상호가 4안타·3타점을 올리고 7~9번 안치용·김연훈·박진만이 3안타씩을 때리는 등 하위 타선이 맹타를 휘둘렀다. 한편 LG-두산(잠실), 넥센-한화(목동)의 경기는 비 때문에 열리지 않았다.

신화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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