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굼뜬 자원관리 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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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사무총장

우리나라는 연간 2000만여 대의 폐휴대전화를 발생시킨다. 휴대전화에는 금·은·동 등 귀금속과 팔라듐·인듐·로듐·희토류 등 45가지 금속자원이 있다. 그럼에도 희귀금속을 추출할 수 있는 기술이 없어 60%만 회수하고 나머지 중요한 자원이 쓰레기 처리 비용을 얹어 일본에 수출되고 있다.

 일본은 물질별로 금속을 추출해 희귀금속 등은 다시 우리나라 기업에 비싼 가격으로 역수출한다. 전자제품에 사용하는 희귀금속은 천연매장량이 고갈됐다. 그렇다고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은 아직 없다. 이제 금속자원은 천연광산이 아니라 전자제품 속에서 추출해 사용해야 하며, 물질 추출 기술을 갖고 있는 나라가 주도권과 기술 경쟁력으로 세계시장을 지배한다.

 일본은 ‘환경보호를 넘어 자원부국’이란 구호 아래 재활용 신기술에 총 매진하고 있다. 재활용 산업 에코타운만 25곳이 넘는다. 분해, 추출 기술이 없더라도 재활용 자원은 꼭꼭 보관해둔다. 언젠가 기술이 개발되면 사용하기 위해서다. 그럼 우리나라는 왜 비싼 희귀금속 추출 기술 개발과 인프라에 투자하지 않을까. 재활용 자원도 기술 개발이 될 때까지 보관하면 안 될까. 왜 한국은 에코타운 같은 기술과 산업 등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된 재활용단지를 만들어 재활용 자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못할까.

 정부는 자원 순환을 제대로 하겠다고 몇 년간 준비해 ‘제1차 자원순환기본계획’을 수립해 부처 간 협의를 하더니 소식이 묘연하다. 부처 간 핑퐁게임 때문인가, 아니면 밥그릇 싸움으로 시간과 돈을 버리고 있는가. 정부 대책이 굼뜨게 진행되는 이 순간에도 우리의 재활용 자원이 수출이라는 이름으로 쓰레기 처리 비용을 얹어 선진국을 더 부자로 만들어주기 위해 컨테이너에 실려 바다를 항해한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사무총장